“제2의 스페이스X 나오려면…긴 안목 갖춘 벤처캐피털이 필수"
2026.04.09 16:32
‘우주경제학’ 전문 매슈 와인지얼 하버드大 교수
이달 1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가 발사된 이후 반세기 만에 달 궤도를 향한 유인 우주선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달 남극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월면에는 꿈의 광물인 헬륨3을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도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달 자원 확보 경쟁에 막이 올랐다.
오늘날 우주는 더 이상 탐사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주도하던 영역에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이 뛰어들면서 상업 우주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 경제와 동일한 수요·공급, 경쟁, 투자, 규제의 문제도 우주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주 시장을 분석한 책 ‘인피니트 마켓’을 펴낸 매슈 와인지얼 하버드 경영대학원(HBS) 교수는 최근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우주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40여 년간 억눌려 있던 ‘경쟁과 합리적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의 역동성이 비로소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와인지얼 교수는 HBS에서 처음으로 ‘우주경제학’ 강의를 개설했고, 민간 기업과 정부 기관을 넘나들며 우주 전략 자문을 제공해온 대표적 우주 전문 경제학자다. WEEKLY BIZ는 와인지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향후 도래할 우주 경제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우주 시장이 본격 개화할 조짐이다.
“단기적으로는 위성 인터넷 등 연결성 부문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면 우주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는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매우 유망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과 제조의 거점이 될 상업용 우주정거장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 구상 역시 주목할 만한 분야다.”
-우주 시장의 향후 판세를 가를 핵심 동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독주를 견제하며 발사 단가를 낮추는 데 이바지할 후발 경쟁사들의 부상을 주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재 우주 기업들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하는 국가 안보 분야로 기업들의 성장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아마존의 ‘레오(프로젝트 카이퍼의 후신)’, 블루오리진의 ‘테라웨이브’를 비롯해 스타클라우드와 스페이스X가 제안한 AI 데이터센터 등 위성 군집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
-민간 스타트업과 후발 주자들이 제2의 ‘스페이스X’가 되기까지 필수 조건은.
“기술 개발과 고객층 확보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릴 때까지 ‘시간과 여유’를 벌어줄 자금 조달이 핵심이다. 충분한 자본력과 비교적 긴 안목을 갖춘 숙련된 벤처캐피털이 필요하다. 다만 공공 부문의 자금 지원 역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공적 자금이 더 인내심 있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술력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한데.
“기술 측면에서는 ‘신속한 반복과 학습’ 모델이 발전을 이끄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수직적 통합’과 ‘규모의 경제’를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 기업이 있나.
“의문의 여지 없이 단연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양하지만 수직적 통합과 규모의 경제, 신속한 반복과 실험, 끊임없는 야망, 그리고 탁월함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또한 공공 부문의 자금 지원으로부터 막대한 수혜를 입기도 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상업용 발사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 최대 위성 운용사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주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당신은 책에서 우주 시장 설계 오류가 인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특정 주체가 다른 주체에게 주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도 하고, 시장 집중(독과점) 현상에도 취약할 수 있다. 게다가 우주 쓰레기 문제 등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이런 경우들을 포함한 여러 상황에서 정부는 (원칙적으로) 정책을 통해 시장의 결과물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하나.
“우주 시장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려면 경쟁 체제를 보장하고,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큰 활동에는 보조금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반대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활동은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주 시장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범과 법률을 정비하는 일은 (현재 우주에 형성되고 있는) 시장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핵심적이다.”
-우주 자원 소유권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 국제 사회는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우주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주체들에게 걸린 이해관계는 매우 크다. 우주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해 관련 규범이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아마도 엘리너 오스트롬(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 제시한 ‘다중심적 거버넌스(polycentric governance)’ 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우주 기술 역량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모빌리티와 전자 등 여러 분야에서 축적한 첨단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발사체 분야 외에 다양한 우주 영역에서도 혁신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우주 개발은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며, ‘전문화’는 산업 발전 속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미국처럼 한국 정부도 민간 우주 기업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돕고, 기술적 토대와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한국 우주 기업들은 ‘비교우위’라는 경제 원리에 따라 가장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분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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