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항공 유류할증료 33단계 넘을 수 있나
2026.04.09 16:59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에 등유보다 정제기술 필요
유류할증료는 싱가폴 가격이 기준, 4월 최고단계
33단계 넘으면 항공사부담… 감편 등 나설 듯
미국과 이란의 한차례 휴전합의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계속되는 고유가에 항공 유류할증료도 계속 올라 최고단계인 33단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유가가 최고단계를 넘어서면 유류할증료가 추가로 더 오를지 여부다. 일단 현 제도 상에서는 33단계 이상은 없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따른 부담은 항공사가 떠안게 된다. 항공사는 수익 악화로 인해 비주력 노선 추가 감편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은 가격뿐 아니라 노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항공유 가격, 역대 최고=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공유 가격은 전날 2주간 휴전 발표로 한 차례 크게 하락했으나, 4월 초까지도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주간 항공유 가격'을 보면 지난 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28.21달러(갤런당 543.36센트)를 기록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 발표로 큰폭으로 하락해 배럴당 196.24달러(갤런당 467.24센트)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9일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로 결정하고 유조선이 회항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런 가격은 역대 항공유 가격 고점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정보 제공업체 S&P 글로벌·플랫츠가 발표한 가격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8월 4일의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49.85달러, 2022년 6월 21일은 배럴당 173.74달러였다.
두 차례 모두 항공사들은 극심한 연료비 부담을 겪었다. 하지만 2차례 모두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처럼 에너지 운송 자체가 막힌 경우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항공유, 왜 비싼가= 일단 항공유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항공유는 일단 유가가 안정적일 때는 '비싼 기름'에 속하지 않는다. IATA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항공유 팩트시트'에서 "항공유는 전 세계 정제 생산량의 9%에 불과하며 정유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면서 "정유소들은 경유나 휘발유와 같은 수요와 마진이 더 높은 제품에 집중하여 생산 믹스를 최적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항공유가 원유 중 '중간유분', 그중에서도 등유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등유는 보일러, 캠핑용 난로 등 가정 및 산업용 난방 등에 쓰여 상대적으로 다른 기름에 비해 수요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공급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중질유'의 공급은 더 크게 줄었다. 최근 항공유 가격이 폭등한 기본 배경이다. 여기에 항공유에 요구되는 기술적인 수준은 다른 기름에 비해 높다. 낮은 기압·극저온 환경을 견디는 동시에 사고시 인명피해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엔진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해 일반 등유에 비해 더 높은 순도로 정제가 필요하고 여러 첨가제로 밸런스를 잡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 등유가 영하 20도에서 얼기 시작한다면, 고등급의 항공유는 낮은 온도에서 연료 내 수분이 얼어 필터나 배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영하 47에도 견딜 수 있는 규격을 충족해야 한다.
또 황 등을 고도로 정제하고, 연료의 마찰로 생기는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 억제할 수 있는 부식방지제·정전기방지제와 산화방지제 등을 첨가한다. 이처럼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해 한국은 많은 양의 항공유를 수출해왔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항공사의 50% 이상이 한국산 항공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최고등급 가나= 그럼 유류할증료는 어떻게 될까. 한국의 유류할증료는 국제 원유가격이 아닌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지표(MOPS)가 기준이다. 각 항공사가 국토부에 인가·신고한 유류할증료 부과기준표에 따라 부과된다. 국내 항공사들도 MOPS를 기준으로 항공유를 구매한다. 다른 기준을 채택할 경우 국제가격과 한국가격 사이에 가격차가 발생할 수 있어, 아시아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의 경우 다음달 유류항공료를 전달 16일에 정하는데, 그 전 월의 16일 MOPS부터 한 달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오는 5월 유류할증료는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의 MOPS가 기준이다. 총 33단계로 이뤄지는데 갤런당 150센트부터 부과가 시작되고 10센트 단위로 단계가 올라가 갤런당 470센트가 33단계로 최고단계다.
3월 기록적인 원유가 폭등에도 4월 유류할증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인 22단계가 아닌 18단계에 머문 것도 4월 유류할증료가 전쟁전인 2월 16일부터 2월 28일까지 MOPS를 함께 반영했기 때문이다. 즉 5월 유류할증료야말로 3월에 온전히 오른 유가가 반영된 '진짜 할증료 폭탄'일 가능성이 크다. 4월 유류할증료는 2월 16일부터 3월 15일의 평균 MOPS인 갤런당 326.71센트가 반영됐다.
여기에 각 항공사가 거리비례 구간제로 최종 유류할증료를 따로 적용한다. 이에 같은 단계를 적용받아도 항공사별 유류할증료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인천-LA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는 거리비례 최고단계를 적용하지만, 대한항공은 한단계 더 높은 뉴욕, 시카고 등 노선에 최고 단계를 적용한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유가가 급등할 경우 항공사의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하여 운임에 일정금액을 추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제도다. 유가하락시에 인하가 어려운 운임과 달리 자동적으로 인하할 수 있도록 발권일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다.
◇상한 넘으면 다음단계 없어 항공사 부담= 그럼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항공요금이 더 오를까? 현행 33단계는 유류할증료의 '상한'으로 그 이상일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 항공사업법 제14조에는 "항공사는 해당 국제항공노선에 관련된 항공협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항공노선의 여객 또는 화물의 운임 및 요금을 정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법 체계상 국토교통부가 새 단계로 기준표를 바꾸는 절차를 거치고, 이에 대해 20일 이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사실상 바꾸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33단계가 넘어간다면 유류할증료는 33단계까지만 부과할 수 있고 나머지는 항공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다. 이미 항공사들은 지난달부터 급격한 항공유 상승으로 인해 비행기를 띄워도 손실이 나는 상황에 진입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각 항공사는 일부 노선을 줄여 효율적인 운항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5월 국제 4개 노선에서 14편의 운항을 취소했고, 에어서울도 현행 대비 약 40%의 운항 편수를 줄인다. 에어로케이는 4월에서 6월까지 청주에서 출발해 이바라키·나리타·클락·울란바토르에 도착하는 4개 노선에 대해, 에어부산은 4월 부산에서 다낭·세부·괌 등 3개 노선에 대해 일부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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