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향한 무력시위인가... 北 ‘악마의 무기’ 집속탄 실험
2026.04.09 11:32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화성-11가’(KN-23)에 집속탄두를 탑재해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모(母)폭탄에 든 수십~수백 개의 자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도 불린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최근 전쟁에서 집속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날려 이스라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보고 북한이 이를 따라 실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8일 사흘에 걸쳐 국방과학원과 미사일총국이 일련의 ‘중요 무기체계들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통신은 “미사일총국 탄도미사일체계연구소와 전투부(탄두) 연구소는 전술탄도미사일 산포전투부 전투 적용성 및 새끼탄 위력 평가 시험을 진행했다”며 “지상대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가’형의 산포전투부로 6.5∼7㏊의 표적 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산포전투부’는 탄두로 집속탄(확산탄·cluster bomb)을 장착했다는 의미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도 불리는 KN-23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집속탄두를 탑재해 표적 지역을 초토화하는 실험을 했다는 취지다. 북한이 시험 표적 지역으로 삼았다는 6.5∼7㏊ 면적은 축구장 10개 정도 규모에 해당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원산 일대에서 오전 8시 50분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이는 동북 방향으로 약 240㎞를 비행한 후 알섬 인근 해상에 낙탄했는데, 사거리나 탄착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발표한 집속탄 시험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집속탄 실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1월에도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산포탄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밝힌 적 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구조로, 모폭탄이 상공에서 터지면 그 안에 있던 수십~수백 개의 자탄이 흩뿌려져 여러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 정밀 타격보다는 광범위한 지역을 노리는 탓에 민간인 부수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한 번 대기권 안에서 분리되고 나면 더는 요격할 수 없어 방어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무차별성 때문에 2008년 더블린 국제회의에서 100개국 이상이 집속탄 사용 금지에 합의했다. 다만 남북 모두 분단 상황의 특수성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다.
최근 중동 전쟁에서 이란이 잇달아 사용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17일 이란은 집속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이 이 중 1발 요격에 실패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소형 자탄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민간 지역에 흩어지면서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던 70대 부부가 숨졌다. 이외에도 이란이 집속탄 공격을 이어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 전쟁’ 당시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발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집속탄 활용 실험이 이란 전쟁 상황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란 전쟁에서 보여준 비대칭전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무기 시험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전 전훈을 바탕으로 전술적 가치가 높은 새 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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