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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8천 년 고대 음식 한 접시에 담긴 서글픈 역사

2026.04.09 11:51

'마녀' 없는 '마녀의 화요일' 축제... 식민지 시대 애환이 담긴 소라고둥 소리와 타말레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 식사 시간을 알리는 소라고둥 나팔. 자포텍 문화에서 소라고둥은 제사와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었던 신성한 도구였다. 깊고 울림 있는 소리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거나 의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쓰였다. 식민지 시대에는 노동의 시작과 끝, 식사 시간, 집회 시작을 알리는 실용적 신호로도 사용되었다.
ⓒ 이안수

지난 3월 31일 화요일. 멕시코 산타 크루스 호호코틀란(Santa Cruz Xoxocotlán)을 방문했다.

오악사카시로부터 7km 남짓 남쪽에 위치한 이 도시에서는 매년 사순절 기간이면 주변 도시 사람들도 방문해 밤을 함께 보내는 축제가 열린다. 사순절 첫 화요일에 시작되어 사순절의 마지막 화요일까지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축제 '마녀의 화요일(Martes de Brujas)'이다. '마녀의 화요일'이라는 이름이지만, '마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페인어로 마녀를 뜻하는 'Brujas'가 붙은 이유가 이 축제의 기원이 된다.

17세기 경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도밍고 데 산타 마리아 신부의 주도로 이 지역의 가톨릭 성당(Templo Católico de Santa Cruz Xoxocotlán)을 지으면서 남자들은 야간에도 건축에 동원되었다. 여성들은 콩 타말레스와 파넬라(비정제 사탕수수 설탕)로 단맛을 낸 아톨레(옥수수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풀어 끓인 따뜻한 죽 형태의 전통 음료)를 만들어 소나무 수지로 만든 횃불(후에는 양철통에 기름을 넣고 심지로 불을 밝히는 오일 등불로 바뀜)로 밤길을 밝히며 건축 현장으로 날라다 주었다.

음식을 배달하러 가는 여성들의 횃불이 어둠 속에서 마치 마녀의 불꽃처럼 신비롭게 깜박이는 모습에 이 등불을 '마녀(bruja)'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 소라 나팔 소리로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면 일하던 남편들이 공사장 가장자리로 모여서 함께 온 가족들과 일터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노동을 독려하던 식민 지배자들에게 여성들이 '마녀'가 되어 음식을 날라다 주는 이 방식은 남자들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들

산타 크루스 호호코틀란은 기원전 500년경부터 번성하여 약 1000년 이상 정치·종교 중심지였던 자포텍(Zapotec) 문명의 고대 수도, 몬테 알반(Monte Albán)의 남쪽 산기슭에 자리한 도시이다. 당시 호호코틀란 주민들은 고대 자포텍 수도의 땅 위에 살던 자포텍족 공동체였다.

오악사카 시에서 호호코틀란으로 가기 위해 합승 택시(Colectivo Taxi)를 탔다. 함께 탄 모녀는 유쾌한 호호코틀란 주민이었다. 자포텍 원주민인지 물었다.

"아니요. 순수 원주민은 이 도시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그들은 산속으로 가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모녀의 말대로 10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큰 도시이지만, 메스티소와 다양한 이주민들이 그들이 밀려난 땅 위에서 살고 있다.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들의 후손들은 누대에 걸쳐 피가 섞이면서 자포텍의 정체성은 희미해졌다.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스페인인과 원주민 혼혈인 메스티소가 사회·경제적 중심 직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원주민들은 더 깊은 오지로 밀려나 차별과 빈곤에 갇히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 원주민의 현실이 반영된 이 축제에서도 원주민은 없고 그들의 음식 문화만 차용된 셈이다.

▲ 원주민들의 노동과 헌신으로 세워진 성당. 성주간의 미사로 가득 찼다. 영성체를 받기 위해 성당 안팎으로 신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 이안수

'마녀의 화요일' 축제의 기원인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 동원은 그 시대의 '엔코미엔다(encomienda, 위탁)'와 '레파르티미엔토(repartimiento, 분배)'제도로 가능했다. 엔코미엔다는 스페인 왕이 정복자나 식민지 개척자에게 원주민 집단을 '위탁'하여, 그들의 노동과 공물을 받도록 허용한 제도이다. 명목상 목적은 원주민을 보호하고, 기독교로 개종시키며, 스페인 왕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원주민의 노동을 착취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제도에 지나지 않았다.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이 엔코미엔다를 통해 원주민 공동체를 지배하면서 과중한 강제 노동과 세금 부담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공동체가 붕괴했다. 그러자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같은 인물들이 그 참상을 알리며 원주민 보호와 권리를 주장했다. 동시에 엔코미엔다 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또 다른 형태의 착취 제도로 등장한 것이 레파르티미엔토이다. 이 후속 제도는 식민 당국이 원주민 노동을 일정 기간 동안 스페인인 광산업자·농장주 등에게 '분배'하는 보다 통제된 노동 제도로, 원주민은 일정 기간 강제로 노동에 할당되고 소액의 임금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이는 원주민 관리 주체가 개인에서 식민 당국으로 바뀐 것일 뿐, 착취 조건은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의 정체성이 담긴 고대 음식, 타말레

'마녀의 화요일' 축제는 해가 진 뒤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축제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일찍 당도했다. 사순절 동안 6번의 화요일 중에서 마지막 화요일을 방문일로 잡은 것은 이날이 성주간으로 들어간 가장 성대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축제의 장소인 중앙공원 둘레에는 수공예품과 음식 부스들로 촘촘했다. 광장과 연결된 모든 도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수많은 좌판들이 뻗어 나갔다. 광장의 중심에 있는 키오스코(도시 공원 정자) 아래에는 대형 공연 무대가 만들어졌고 자정까지 이어지는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성당은 도시 공원과 경계 없이 연결되어 있지만 대형 공연 무대를 만드느라 임시 가설 담이 만들어졌다. 측면 출입구로 돌아 들어가니 성당 안은 성주간의 미사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본당 밖에까지 영성체를 받기 위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당 건축 당시 부인들이 만들어 날랐다는 '타말레(Tamales)'이다. 옥수수 반죽을 옥수수 잎이나 바나나 잎에 싸서 찌는 이 타말레는 기원전 8천 년 전부터 등장한 고대 음식으로 멕시코의 정체성이 담긴 음식이다.

▲ 이 축제에서 주가 되는 음식은 전통적인 타말레(tamales)와 아톨레(atole)이다. 성당 건축 노동을 돕던 여성들이 밤에 남편들에게 가져다주던 음식이었다.
ⓒ 이안수

이 축제에서 광장의 모든 음식 부스는 타말레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부인이 일하고 있는 부스에 앉았다.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65세의 타이데 레예스 메디나(Taide Reyes Medina) 부인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분으로, 어릴 때부터 타말레를 만드는 어머니를 도왔고 어머니를 이어 30년째 타말레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다.

"몬테 알반에서 먹었던 그 타말레가 지금도 호호코틀란 음식문화의 근간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풍미를 내는 재료가 더해진 여러 타말레가 있지만 이곳에서만 만들어지는 전통 타말레로 성당을 짓던 당시 노동하는 가족을 위해 준비한 바로 그 음식이 치칠로 타말레(tamales de chichilo)입니다."

치칠로 타말레는 이곳 원주민 사포텍 전통의 고유한 검은 소스인 몰레 치칠로를 속에 넣어 찐 타말레이다. 몰레 치칠로는 태운 토르티야, 태운 치칠로 고추, 향신료, 고기 육수로 만든 쓴맛이 강한 검은 소스이다. 치칠로 타말레는 장례식이나 제례에 올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음식을 준비해 등불을 들고 공사 현장으로 당도한 부인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소라 고둥 나팔을 울리면 함께 온 가족들과 함께 아토레, 삶은 검은콩과 함께 치칠로 타말레를 먹는 풍경을 상상했다. 우리도 아톨레와 함께 치칠로 타말레를 앞에 놓았다. 부인께서 호박꽃 타말레(Tamal de flor de calabaza)도 함께 권했다.

"호박은 옥수수와 함께 고대부터 재배된 작물로 호박 꽃도 그만큼 긴 식용 역사가 있습니다. 호박꽃 타말레는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이번에 특별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해 지기 전 공원 주위의 모든 부스에 석유등을 달았다. 마침내 해가 지고 석유등에 불이 밝혀지자 타말레 부스의 좌석들은 금방 사람들로 채워졌다.

죽음과 삶을 구분하지 않는 문화

무대에서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좌석은 공연 시작 훨씬 전 이미 채워졌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공원 빈틈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음악 그룹에 따라 매주 5천 명에서 1만 8천 명쯤의 관객이 함께한 것으로 추산했다. 7월 오악사카의 16개 원주민 공동체가 참여해 오악사카시에서 열리는 민속 공연 축제인 '게라게차(Guelaguetza)'와 10월 말~11월 초 죽은 자와 산 자의 교류를 상징하는 조상의 제단 만들기와 묘지 방문 등의 의례인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 등 각 지역의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유명 무형문화유산 축제와는 달리, 한 도시의 축제에 타 지역 주민까지 많이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축제의 프로그램은 음악, 연극, 전시, 미식 등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전통 보존을 목적으로 술 판매를 금지하고 지역 음료로 대체했다고 한다. 그러나 축제 흥행의 결정적인 요소는 음식과 공연의 결합이었다. 배를 불리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밤이 깊어지는 줄 모르는 화요일 밤의 축제, 그것이 '마녀의 화요일'이었다.

▲ 마녀의 화요일(Martes de Brujas) 축제에서 전통 기름등을 달고 있는 축제 관계 성당 건축을 위한 야간 노동에 여성들이 밤에 음식을 나르며 사용한 등불(bruja)의 깜박임이 마녀가 춤을 추는 듯 보였다는 의미가 축제의 이름에 차용되었다.
ⓒ 이안수

이 축제는 나를 식민지 시대 침략자들이 한 일과 피식민지 주민들의 적나라한 삶의 역사 속으로 데려갔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출연자들의 열창에 환호했다. 무대 반대편 시청 앞에서는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소라 고둥 나팔을 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된 시간의 문을 여는 소라 고둥의 울림은 무대의 고출력 스피커에 묻혔다. 고둥의 울림을 따라가다 나는 온 가족이 종으로 살던 시대의 당사자가 된 듯 홀로 비통에 묶였다.

호호코틀란을 떠나기 전, 옛 공동묘지(Panteón Viejo Xoxocotlán)에 들렸다. 이곳은 멕시코 전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죽은 자의 날 밤샘 모임(Día de Muertos velada)'이 열리는 장소다. 11월 1일 밤, 가족들이 묘지에서 고인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것이 오악사카의 전통이다. 무덤을 꽃과 촛불로 장식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죽은 자와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눈다. 이때도 치칠로 타말레를 무덤 제단에 바치고 함께 먹는다. 추모를 축제로 승화한 경우이다.

멕시코 문화의 특징은 삶과 죽음을 완전히 구분하지 않는 데 있다. 죽음을 이웃으로 이사 가는 정도로 여기며 망자의 영혼이 다양한 기회를 통해 산 자와 소통한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죽음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친근한 의례이며 승화된 축제이다. 삶에서 무거운 주제일수록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정은 내가 꿈꾸는 도달할 경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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