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해산물
해산물
[인터뷰]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 있었네!”…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조은희 방장의 주방

2026.04.09 06:00

[인터뷰] 온지음 조은희 방장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 14위
국가무형문화재에서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까지
미쉐린 스타 여성 셰프가 말하는 ‘본연의 한식’과 주방의 유리천장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 조은희 온지음 방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온지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후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경복궁 돌담길 맞은편, 4층짜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계절이 접시에 담겨 나온다. 보랏빛 진달래꽃을 얹은 화전, 신선한 해산물을 곁들인 수란채, 형형색색의 봄나물 무침. 온지음(溫知音)은 '온전히 짓는다'는 뜻을 이름에 새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밥을 짓고(맛공방), 집을 짓고(집공방), 옷을 짓는다(옷공방). 조은희 방장은 파인다이닝 온지음에서 13년째 한식을 짓고 있다.

사실 이 인터뷰는 성사되기 어려웠다. 조 방장은 잡지 인터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매번 비슷한 질문에 같은 답이 반복되는 '그 말이 그 말' 같은 인터뷰가 되는 게 싫어서다. 그를 설득한 건 <여성신문>이라는 이름이다. "여성을 위해서라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터뷰 승낙 의사를 밝히고 며칠 뒤, 홍콩에 간 조 방장에게 기쁜 소식이 들렸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서 온지음은 14위에 올랐고, 조 방장은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호명됐다. 미리 알리지 않은 '서프라이즈' 수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수상에 조 방장 대신 동료들이 눈물을 흘렸다. 

<여성신문>이 앞서 보도한 대로(3월 13일자 '[단독] 한국 미쉐린 10년, 별 딴 여성 셰프 첫 10% 돌파' 참고),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여성 헤드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은 46개 중 5곳으로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2025년에도 5~10%에 그친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유지하며 아시아 미식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조은희 방장의 존재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온지음의 헤드 셰프인 동시에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다. 궁중음식의 계보는 조선의 마지막 주방상궁에게서 고(故) 황혜성 선생으로, 황혜성 선생에게서 그 제자들로 이어진다. 그 계보 위에서 오늘도 '온전히 짓는' 조 방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은희 온지음 방장과의 일문일답.

-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과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에 동시에 선정되셨습니다. 수상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올해는 서프라이즈로 했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미리 영상도 찍고, 인스타그램에 알렸거든요. 아무 연락이 없기에 전혀 기대를 안 하고 갔다가 그 자리에서 이름이 불린 거예요. 사실 이게 굉장히 큰 상이거든요. 전부터 주변 사람들은 '이 상('최고의 여성 셰프 상')은 언니가 꼭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데, 안 주면 못 받는 건데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담당자가 2~3일 전에 알고 입이 근질거려 참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상 받았을 때 주위 사람들이 다 눈물이 났대요. 막상 저는 눈물이 안 났어요. 나이가 많아서 감정이 무딘가. (웃음) 인생의 영광이죠. 더 잘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여성 셰프상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쉐린 국제 디렉터가 직접 "헤드 셰프에 오른 여성이 너무 적다"고 공개 지적할 만큼 업계 안에서도 문제의식이 있는데, 상으로 해결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잖아요.

"사실 주방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은 거의 5대5예요. 아마 모든 다이닝이 거의 그럴 거예요. 오너 셰프나 바로 밑에서 중심을 잡는 여성 셰프들도 정말 많고요. 근데 그 위로 올라가는 데서 막히는 거죠."

- 왜 막힌다고 보세요.

"일하는 것과 (업장을) 차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오너 셰프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경영, 직원 관리, 음식도 신경 써야 할 테고요. 만일 결혼을 하거나 육아를 한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현실적인 장벽이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밤 10시 넘어 들어오는 게 어려워지니까요. 그건 누가 아이를 봐주지 않는 이상은 굉장히 큰 걸림돌이에요."

조은희 온지음 방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온지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 그 구조 안에서 방장님은 어떻게 지금 자리까지 오셨어요. 본인만의 버팀목이 있었나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어서 두 분이 아이를 키워 주셨고, 주방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게 40대가 넘어서였어요. 그때는 애들이 중고등학생이니 어느 정도 제가 없어도 아이들이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였죠. 요리하기 전까지는 강의를 주로 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기도 했고요.  저도 만약 아이가 어렸을 때 주방에 있었다면 못 있었을 것 같아요.  요리하면서 자식 낳아 키우기는 정말 너무 어렵거든요. 보통 아이가 생기면 거기서 경력이 거의 다 끊겨요. 몇 년 후에 다시 나왔을 때 받아 주는 곳이 많지 않은 거죠.

다른 이유는,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았어요. 일이 일이 아닌 거죠.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사람 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요. 주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강의할 때보다 훨씬 즐거웠어요. 강의는 일방적으로 내가 가르치는 일인데, 주방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내는 곳이잖아요.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 있었네, 하면서 일하다 보니 벌써 몇 년이 지나 있더라고요."

- 전북 군산에서 자라면서 어머니 곁에서 제철 식재료를 익히셨다고요. 거기서 방장님의 음식 세계가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제가 왜 요리를 시작했는지 뿌리를 따라가 보면 단연코 부모님이에요. 전라도 음식 맛있잖아요. 전라남도는 음식 맛이 진한 느낌이고, 전라북도는 좀 더 깔끔한 느낌이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음식을 깔끔하게 잘하세요. 아버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먹는 거라고 하실 만큼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시고요. 식혜를 한 번 배우면 맨날 해드시고, 찰밥을 쪄봤는데 맛있다 싶으면 또 계속 쪄드시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어려서부터 가리는 음식도 없고, 음식하는 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오빠 도시락을 싸 주면서 깨를 뿌리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아마 초등학교 5, 6학년 때였을 거예요."

- 그런데 처음부터 요리를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으셨다고요.

"요리를 해야지, 이런 생각은 별로 안 했어요. 직장을 다니다가 퇴근하고 요리 학원을 다녔는데, 한식 자격증을 한 번에 땄어요. 당시 서양 자격증은 학원이 없어서 혼자 집에서 해 봤더니 그것도 한 번에 붙더라고요. 그때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나?' 싶었죠. 그러다 25살에 배화여대 전통조리과에 들어갔고, 졸업하고 궁중음식연구원에서 8년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지나갔어요. 너무 적성에 맞았던 거죠."

조은희 온지음 방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온지음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 미쉐린에서는 온지음을 '한식의 깊은 뿌리를 지키되, 오늘의 변화된 식생활과 조리 기술을 고려해 재해석한 곳'이라고 소개했더라고요. 방장님이 온지음의 핵심을 말한다면요.

"우리 본연의 한식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식은 우리 할머니가 잡수시고, 부모님이 드셨고, 내가 먹은 거예요.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 왔던 음식이 우리의 뿌리가 된 거거든요. 그런데 개중에는 우리가 몰랐던 음식도 많아요.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놓으니 한국 분들도 오셔서 '이게 우리 음식이었어?'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사실 이미 고조리서 기록에 있는 음식들이거든요. 그런 '본연'을 찾아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도 그 작업의 일환인가요.

"요리도 예술이라고 표현하잖아요. 꼭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머리가 좋아야 요리도 잘해요. 내가 폭넓게 알고 있고, 이해하는 게 많으면 요리 안에서 그걸 녹여낼 수 있거든요. 저희 이사장님이 항상 '생각하는 손'이라고 하세요. 그냥 손만 움직이는 게 요리가 아니라는 거죠. 장인의 접근이라고 해야 할까요. 장인은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더해 (직원들을) 한국의 음식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 '가장 한식스러워야 한다'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파인다이닝이라는 형식 안에 들어와 있잖아요. 이 둘이 충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방장님은 그 긴장을 어떻게 다루고 계세요.

"요즘 한식이 붐이라고 하는데, 제가 느끼는 것은 결국에는 가장 한식스러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무언가를 받기 위해서, 혹은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서양의 조리법을 닮아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애초에 너무 달라서요. 우리 음식은 많이 차려놓고 나눠 먹는 문화잖아요. 저는 그런 게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파인다이닝의 문법상 개인이 먹을 양이 한 접시에 예쁘게 담아져 나가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좀 있죠.

사실 우리는 소스 문화는 아니잖아요. (무언가를 뿌리지 않고) 나물이나 채소 등을 담백하게 먹는 거죠. 저희가 고조리서를 공부하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롭다'는 거예요. 저는 그거 동의하거든요. 무언가를 위해 꼭 우리가 '현대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싶어 하지, 본인들 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느끼고 싶어 한국에 오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가 중국으로 여행 가면 중국 것 먹고 싶고, 홍콩 가면 홍콩 것 먹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죠."

- 한식의 미덕 중 파인다이닝이라는 형식이 끝내 수용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한국 음식의 재미는 많은 음식을 소복이 담아 나눠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파인다이닝은 개인별 음식이 조금 담겨야 해요. 예쁘기도 해야 하고요. 파인다이닝인 이상 그런 기준이 없다고 말할 수 없어요. 가격에 맞는 재료를 써야 하고, '편하게' 하는 음식이 나가면 안 된다는 것도 특징이죠. 그러다 보면 걸러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요.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폭이 적어지는 거예요. 한식의 자연적이고 투박한 미를 파인다이닝에서 보여 주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꼭 한번은 코스에 올리고 싶지만 아직 못 올린 음식이 있다면요.

"내장탕, 도가니, 간전… 저는 이런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데 파인다이닝에서 내놓기가 쉽지 않죠. 자라탕도 시도해 봤는데 국물이 너무 깨끗하고 맛있거든요. 근데 자라라고 말하는 순간 안 드시더라고요. 일본에서도 자라를 쓰는데, 손님들이 좋아하면서 드시거든요. 중국은 아시다시피 책상 다리 빼고 걸어다니는 모든 재료 다 자유롭게 쓰고요. (웃음) 간전이라는 것도 있어요. 궁중음식에 꼭 들어가는 음식인데, 간을 얇게 썰어 겉에만 살짝 익힌 뒤 깨소금을 묻혀 지지는 거예요. 그런 것도 내장 종류를 잘 안 드시니 메뉴로 쓰기 어렵죠."

조은희 온지음 방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온지음 마당에 핀 벚꽃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 한국 미식계에서 여성 후배 셰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첫 번째로는, 자신의 '장'을 열어 주는 롤모델이 있으면 좋아요. 인생을 살며 그때마다 자기의 스승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스승이셨고, 궁중음식연구원에서는 한복려 원장님을 스승으로 모셨고, 밖에 나와서는 온지음에 계시는 좋은 분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거든요.

두 번째는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해요. 주방에서 10시간씩 '이 월급 받고 일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면 벗어날 수밖에 없어요. 주방에 있는 게 노동이 아니어야 해요. 서 있는 시간이 '귀찮고 힘들어', '다리 아파', '집에 가고 싶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챙기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들면 저는 그건 요리와 안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리는 워라밸이 따라올 수가 없어요. 남을 먹이는 일을 하는데 집에 일찍 가야 하면 어떻게 요리를 할 수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저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려면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에 관심이 없어야 해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으면 오래 일 못 해요. 저는 일하는 것 외에는 많은 것에 관심을 두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직원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너무 잘하지는 않는데 담백한 분들이 있거든요. 꼭 그런 친구들이 오래 있더라고요."

- 글로벌 기준 여성 헤드 셰프 비율이 약 5~10% 수준인데, 한국은 최근 10%를 넘겼습니다. 이런 변화에도 여전히 모자란 숫자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더 자연스러운 비율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가정에서 일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봐요.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그런 이야기 하거든요. '왜 이렇게 여자가 없지?' 하고요. 일단 체력적 여건이 마련돼야 해요. 주위에 애 없이 일하시는 분이 많아요. 자식이 있으면 일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100%거든요. 애가 있는 상태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부부 둘 중 한 사람이 희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여자가 되면 그 셰프 경력이 거기서 끊기죠. 애 몇 년 키우고 나오면 솜씨가 정말 뛰어나지 않는 이상 여자 안 쓰거든요. 그런 부분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책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해산물의 다른 소식

해산물
해산물
3시간 전
한밤 어슬렁거리다 또 슬쩍…몰래 꺼내 삶아먹었다
해산물
해산물
3시간 전
전통시장 해산물 가게서 문어 훔쳐 삶아 먹은 50대 구속
해산물
해산물
1일 전
베트남, 대 한국 무역적자 급증…"FDI 증가 따른 첨단장비 반입 때문"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