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직고용 요구 쏟아질것"…상시파업 불안
2026.04.08 17:58
포스코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재계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청을 향한 하청 노조의 전방위적인 직접 교섭 및 직고용 압박이 봇물 터지듯 늘어날 수 있어서다.
8일 포스코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 분리를 인정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그간 노조 간 공정대표 관련 분쟁 등 기존 사례를 토대로 노조 간 갈등 가능성과 이익대표성 등을 고려했고 플랜트 건설의 특성, 작업 방식 등 업무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별도 분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관련해 "하청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고 봐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 대해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했다.
당장 재계에선 교섭 창구 붕괴에 따른 극심한 현장 혼란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교섭 창구가 분산되면 결과를 다르게 적용받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협상 장기화로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질서 있는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교섭 창구 단일화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원청이 개별적인 임금 교섭이나 요구를 일일이 수용하지 못하면 곧바로 부당노동행위 고발과 하청의 합법적 연쇄 파업에 직면하게 된다. 재계 안팎에서 "사실상 상시적 파업과 사법 리스크 시대가 열렸다"는 위기감이 도는 이유다.
초기에는 안전이나 인력 배치 등 원청의 책임이 비교적 명확한 의제로 교섭이 시작되겠지만 종국에는 임금 인상과 완전한 직고용 요구로 전선이 무한 확대될 것이란 점도 불안 요인이다. 노동위는 공공기관(2일)을 시작으로 대학·공항공사 등 민간 부문(7일)에서도 줄줄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 하청 노조 교섭 단위가 무한정 쪼개지면서 사측의 비용 부담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조계에선 "노동위의 연이은 판정으로 정부의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창구 단일화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향후 대규모 줄소송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날 포스코가 하청 직원 7000명의 직고용을 발표하면서 철강업계에선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 하청 노조는 1213명의 근로자 전원 직고용을 요구 중이다. 포스코의 직고용 발표로 하청 노조의 투쟁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세아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 역시 직고용 요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내부 노무 리스크를 긴급 점검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각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 사례가 향후 하청 노조의 요구 기준점이 될 수 있어 초긴장 상태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하청 구조가 보편화된 핵심 주력 산업군에서는 원청을 향한 하청 노조의 전방위적인 직접 교섭 및 직고용 압박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청 직원 7000명 직고용의 첫 단추를 끼운 포스코 내부의 후폭풍도 거세다. 가장 큰 뇌관은 기존 정규직과 직고용 대상자 간 '처우'와 '공정성' 문제다. 2024년 1월 철강업계 최초로 사내 하청 직원 1000여 명을 직고용한 동국제강의 경우 기존 정규직 노조와 치열한 합의를 거쳐 이들에게 동일 처우를 적용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사정이 다르다. 직고용 규모가 7배에 달해 전원에게 동일 처우를 적용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 여기에 포스코 노조는 "공감대 형성 과정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대직원 공감대 형성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무시해 조합원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입사 과정에서 쏟은 치열한 노력과 각자 직무 고유의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직고용하는 인원에게 동일한 대우를 하자니 기존 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이, 차등을 두자니 신규 편입 인력의 반발이 예상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한편 이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7개 하청 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 대해 산업안전 의제에서 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노조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7개 하청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 민주노총 소속 노조, 그 외 노조 3개로 교섭단위가 분리됐다.
[정지성 기자 / 김금이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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