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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호르무즈 해협 ? 땅이었는데

2026.04.08 23:04

‘원유 수송로’ 6만년 전엔 평원
해수면 상승에 바닷물 차올라
페르시아만은 육지될 가능성도
지금 보이는 것은 ‘찰나의 풍경’


유라시아 대륙에 사는 사피엔스 조상들이 6만년 전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 인근을 지나갔다. 걸어서 통과했다. 당시는 바다가 아니었다. 그들은 아프리카대륙을 벗어나 홍해를 건넜고, 아라비아반도를 지나 앞에 높은 산들을 보았다. 이란으로 들어가는 산중이었다. 거기까지는 평원이었다. 평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강이 흐르는 걸 봤다. 그러고는 강을 건너 유라시아대륙으로 퍼져나갔다. 한반도에 도착한 우리의 조상도 그 길을 지나왔다.

그들이 이란 산중 초입 앞에 놓인 평원에 훗날 바닷물이 들어올 거라는 건 꿈도 못 꿨다. 강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합해진 강이었다. 강에서 낚시질해서 그날 끼니를 해결할 때도 그 풍경이 오래도록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시간이 지나 호르무즈해협 쪽에서부터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 건 지구 해수면 상승 때문이다. 빙하기에는 꽁꽁 얼어붙어 125m나 내려갔던 해수면이 빙하기가 끝나면서 올라왔다. 얼음이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자 수면이 높아졌다. 오늘날 한반도 서쪽 땅에 물이 들어와 서해가 됐듯이, 1만2000년 전에 페르시아만에도 바닷물이 차올랐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해안선이 만들어진 건 6000년쯤 전이다.

유조선이 통과를 못 해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진원지 호르무즈해협. 그곳 한복판에는 호르무즈섬이 있다. 면적이 42㎢로, 경기도 안산의 대부도 크기다. 오래된 해상 교통로상에 있다.

호르무즈섬을 방문한 가장 유명한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은 마르코 폴로다. 13세기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쿠빌라이 칸의 원나라로 가고 오는 길에 호르무즈섬에 들렀다. 그때 이야기를 ‘동방견문록’에 짧게 쓰고 있다. 당시에도 호르무즈는 세계 각지의 물산이 모이는 무역 중심지였다. 그리고 여름에는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주민들은 도시를 떠났다. 인근 나라가 군대를 보내 호르무즈를 기습하려 했던 이야기도 전한다. 뜨거운 바람에 병사 수천 명이 쓰러졌다고 한다.

오늘날도 호르무즈는 특히 독특한 지질 경관으로 유명하다. 호르무즈섬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갖고 갔던 스마트폰 렌즈는 모두 ‘소금 여신(salt goddess)’과 무지개산으로 향한다. 호르무즈섬은 소금섬이다. 정확히는 암염돔(salt dome) 지형이다. 지하 깊은 곳에 있던 소금층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표 위로 밀려 올라왔다. 치약 튜브를 누르면 치약이 올라오듯, 위에 쌓인 퇴적층의 무게에 눌린 소금이 약한 곳을 찾아 솟구쳐 오른다. 돔 모양이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소금산이 녹지 않았다. 소금돔이 지하 깊숙이 있던 광물들을 같이 밀고 올라와 ‘무지개’ 지형을 만들었다. 산을 무지갯빛으로 붓칠한 듯하다. 소금 나이가 놀랍다. 6억년 됐다.

6억년 전이면 고생대 시작 직전이다. 당시 지구에는 두 개의 초대륙이 있었다. 그중 남쪽에 있던 초대륙의 북쪽에 페르시아만 지역이 있었다. 호르무즈섬은 대륙 안에 있는 바다였다. 얕고 갇힌 열대의 내해. 뜨거운 햇볕으로 바닷물이 마르고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기를 되풀이했다. 그게 반복하면서 바닥에 소금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소금산이 ‘암염’이 됐다. 땅속으로 퇴적되었다가 지각의 압력을 받아 지표로 밀려 나왔다.

페르시아만에 원유와 천연가스란 저주인지, 선물인지를 안긴 건 공룡이 살았던 시대다. 암염 형성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중생대에 이 지역에 묻혀 있는 석유의 80% 이상이 만들어졌다. 이때 이 지역은 바다였다. 테티스해라는 아주 큰 바다가 있었다. 오늘날 지중해에서 아라비아해까지 이어지는 바다였다. 페르시아만은 테티스해의 남쪽 연안에 있는 얕은 바다였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영양 염류로 인해 해양 미생물이 폭발적으로 번식했다. 미생물 사체가 쌓인 유기물이 변하여 석유 원료가 되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테티스해는 서서히 닫혔다. 아라비아반도가 북쪽으로 밀고 올라오면서 이란(유라시아 대륙판)과 충돌했다. 그 사이의 바다가 오늘날처럼 좁아졌다. 그리고 페르시아만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판이 계속 이란쪽을 들이박고 있다. 땅덩어리가 연간 2~3cm 속도로 북북동쪽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페르시아만에 접한 이란쪽은 땅이 계속 솟아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거대한 산맥이 만들어졌다. 자그로스산맥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자그로스산맥이 오늘날 히말라야산맥처럼 거대해질지 모른다. 아라비아판이 이란쪽을 밀기 시작한 건 3500만년 됐다.

페르시아만 안쪽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이 실어 나르는 퇴적물로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페르시아만은 육지가 된다. 지금도 평균 수심 50m밖에 안 된다. 지질 시간으로 보면 오늘의 호르무즈해협은 눈 깜짝할 사이의 풍경이다. 지구는 이 바다의 열고 닫기를 반복할 것이다. 인간은 살아남아서 언제까지 그걸 볼 수 있으려나. 쉽지 않을 거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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