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대신 '19세 노동자' 원혼 달랜다…진혼곡으로 부활한 국립창극단 '절창Ⅵ'
2026.04.08 20:13
애달픈 죽음 위로하는 진혼곡으로
24~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가부장적 유교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던 '효녀 심청'이 2026년 동시대의 억울하고 애달픈 죽음들을 위로하는 진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절창' 여섯 번째 시리즈 '심청가'를 통해서다.
남인우 연출은 8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청가 속 여성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미덕으로 만드는 이야기에 동의하기 어려웠다"며 낡은 관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남 연출은 '절창 Ⅰ·Ⅱ'를 연출했으며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 '정년이' 연출한 바 있다.
그는 '심청가'의 핵심이 되는 인당수 대목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남 연출은 원전에서 심청에게 신세 한탄을 하던 중국 귀신들을 한국의 원혼들로 전면 교체하고, 이를 동시대 청년들의 죽음과 애통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달래는 서사적 장치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부양하려다 2년 전 공장에서 사망한 19세 인턴 노동자의 삶이 스스로 자립하고 가족을 공양하는 심청의 서사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은 5시간 분량의 강산제 '심청가'를 100분으로 압축하고, 시간 순서 대신 심청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호성은 심봉사에 대해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공양미 삼백 석을 장부에 적는 무책임한 인물"이라며 고정관념을 깬 현대적 시선에서의 재해석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요나 김 연출의 판소리극 '심청'에 이어 올해 또다시 '심청가'에 출연하는 소리꾼 김우정은 "작품 속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내재된 에너지와 기운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면서 "절창Ⅵ에서 '심청'은 인간 심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절창Ⅵ'은 시리즈 최초로 혼성 듀오를 내세웠다. 탁월한 통성을 지닌 최호성과 맑은 미성을 뽐내는 김우정은 성별의 경계를 허물며 심청가의 다양한 캐릭터를 밀도 있게 소화한다.
또한 이 작품은 극의 시작과 끝에 '화초타령'을 배치해 피고 지는 꽃의 순환에 인생의 부침을 투영한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목이다.
5인의 실력파 연주자들이 즉흥 시나위로 극을 이끄는 가운데, '북을 두리둥 두리둥' 대목에서는 첼로와 루프스테이션 선율 위에 모차르트 '레퀴엠'을 얹어 현대적이고 웅장한 진혼가를 완성한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絶唱)'은 2021년 처음 선보인 기획 시리즈다. 젊은 소리꾼들의 진면목을 재발견하는 동시에,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무대 연출과 음악적 실험으로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모색해 왔다.
단순한 고전의 답습을 넘어,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소모되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던지는 이번 공연은 오는 24일과 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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