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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이란 전쟁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2026.04.08 23:56

참수 작전 성공했지만
이란 정권 교체는 실패
수구 세력 결속만 강화돼

김정은 순교자 만들지 말고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백두혈통’ 신앙 해체해야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후 테헤란의 혁명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에 이란 혁명 수비대가 미군 전투기와 선박 등을 그물로 잡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AFP 연합뉴스

개전 40일째를 맞고 있는 이란 전쟁은 트럼프의 휴전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도적 무력으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1만5000개가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는데도, 이란은 꿈쩍 않고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인접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공격할 여력을 보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로 원유의 공급과 가격을 좌지우지하면서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대항하고 있다.

전쟁의 향배에 따라 이란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을 교체하여 트럼프를 레임덕으로 만드는 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렇듯 진퇴양난의 궁지에 빠진 트럼프는 출구를 찾는 데 급급한 반면, 이란은 종전(終戰)의 조건으로 손해 배상과 함께 다시 침략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의 수렁에서 우아하게 탈출할 길은 없다. 거친 협박은 미국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의도했던 이란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는 더 멀어졌고, 핵 시설을 대부분 파괴했지만 이란에 핵무장의 명분을 제공했고, 이란을 반미·반이스라엘 항쟁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중동 민초들의 정신세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키워줬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서 국력을 허비한 만큼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공세적 팽창을 견제할 역량은 감소했다.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 거부와 ‘배신’으로 대서양 동맹이 입은 치명적 내상도 뼈아픈 전략적 손실이다. 중국과 러시아만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이번 전쟁은 힘의 논리에만 의존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한계와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독선과 오판으로 전투에서는 백전백승하고도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전술적으로는 성공하고도 전략적으로는 실패하고, 군사적으로는 이기고도 지정학적으로는 질 수 있는 교과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에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북한 지도부는 이란이 공격받은 근본 원인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핵 무장을 자제한 ‘실책’에 있다고 진단할 것이다. 또한 그간 국제사회의 가혹한 제재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핵 무장을 강행한 김정은의 선택이 백 번 옳았음을 이란 사태가 입증해주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하여 핵 전력의 증강과 분산을 통해 생존성을 높이는 한편,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제압할 방도를 강구할 것이다. 특히 값싼 드론 전력의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란 전쟁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부각하고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급성을 확인해주었다. 안보 전략 차원에서는 북한의 핵 사용을 거부할 역량의 시급성을 환기하는 한편, 참수 작전을 통한 레짐 체인지 시도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더구나 신정(神政) 체제에 대한 참수 작전은 최고 지도자를 순교자로 만들어 위기에 몰린 신정 체제에 기사회생의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음이 확인되었다. 반체제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겨우 권력을 유지해온 86세의 알리 하메네이가 천수를 다하고 자연사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온건 개혁 세력이 집권하여 새로운 미래를 선택할 희망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참수 작전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주축으로 한 강경 수구 세력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라크나 리비아 같은 세속 국가에서도 2006년 사담 후세인 처형과 2011년 카다피 제거가 더 좋은 체제로의 전환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북한도 일종의 사교(邪敎) 집단이 통치하는 신정 체제에 가깝다. 김정은의 세속적 권력 독점은 ‘김일성교’의 ‘아야똘라’로서의 ‘종교적’ 권위와 왕조적 세습 체제에서 나온다. 핵 무장한 북한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참수 작전의 유용성을 과신하는 시각이 있으나, 지금까지의 사례는 그 근거를 부정한다. 물론 김정은이 핵을 사용하면 참수가 불가피하지만 김정은을 순교자로 만들어 ‘김일성교’의 부흥과 북한 체제의 연명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참수 작전의 존재 자체가 북한에 선제 핵 사용의 유혹을 제공하여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친다. 북한 엘리트와 민초가 자신들이 겪어 온 억압과 불행의 근원이 김일성 일가의 영구 집권과 핵 무장에 있다는 ‘현타’에 도달하고, ‘백두혈통’과 ‘김일성교’에 대한 반감이 임계치에 이를 때까지 김정은이 천수를 누려야 후환이 없어진다. 신정 체제의 레짐 체인지는 체제를 지탱하는 신앙의 해체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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