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전쟁 계획에… 루비오 “헛소리” CIA “터무니없어” 반대했다
2026.04.09 00:46
지난 2월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 정보 당국은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세우는 작전은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장관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고, 부통령은 “지지자들은 새로운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대다수 외교안보 참모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참모들도 ‘대통령의 결단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이스라엘의 요청을 받은 트럼프는 “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승인. 취소는 없다. 행운을 빈다”는 명령을 내렸다.
7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의해 이란 전쟁에 휘말리게 됐는지를 심층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DC 백악관에 비밀리에 도착하면서 전쟁은 사실상 시작됐다. 이날 오전 11시 네타냐후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외국 정상이 받는 의전도 없이 백악관에 들어섰다. 그가 향한 곳은 대통령 집무실 아래층에 있는 상황실(Situation Room)이었다. 일반적으로 외국 정상과 대면 회의를 위해 사용되는 곳이 아니다. 트럼프는 큰 스크린이 설치된 벽을 마주 보고 앉았다. 네타냐후는 트럼프 맞은편에 앉았고, 그의 뒤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국장 다비드 바르네아와 이스라엘 군 관계자가 스크린에 등장했다. 미국 측에서는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그리고 중동 특사인 스티븐 윗코프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회의에 참석했다. 아제르바이잔에 있던 부통령 JD 밴스는 회의가 급하게 잡힌 탓에 회의 시간에 맞춰 오지 못했다.
네타냐후는 한 시간 가량 트럼프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몇 주 안에 파괴할 수 있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이란 정부는 약화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일단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 모사드가 이란 내 민중 봉기를 일으킬 수 있고,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이 북서부에서 지상전을 벌여 이란 정권의 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트럼프에게 강조했다. 이를 들은 트럼프는 “(계획이) 좋아 보인다(sounds good to me)”고 했다.
회의가 끝난 뒤 미 정보 당국은 이스라엘 주장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섰다. 밤새 진행된 이 작업에서 당국은 네타냐후의 주장을 ▲아야톨라 참수 작전 ▲이란 능력 무력화 ▲내부 민중 봉기 ▲신정 정권 교체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2월 12일 랫클리프 CIA 국장은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의 정권 교체 주장은 “터무니없다(farcical)”고 일축했다.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달성 가능한 목표로 간주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끼어들며 “말도 안 되는 소리(bullshit)라는 의미”라고 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과장해서 (물건을) 파는 것은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표준적인 작전 방식”이라고 했다. 케인은 또 이란 공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감소한 미군의 무기 비축량을 더욱 고갈시키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명확하게 전쟁 반대 의사를 표시한 참모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전은 헤아릴 수 없는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고, 새로운 전쟁을 바라지 않는 지지자들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쟁 개시 이틀 전인 2월 26일 오후 5시 마지막 상황실 회의가 열렸다. 전쟁이 시작되면 국제 유가 상승 등 경제 충격이 강하게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회의 내용 보안을 지키기 위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전쟁 개시를 반대 한 밴스는 트럼프에게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하기를 원한다면 지지하겠다”고 했다. 루비오는 “정권 교체나 봉기가 목적이라면 해서는 안 되지만,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파괴가 목표라면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가장 전쟁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금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트럼프는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야톨라 등 이란 고위급이 2월 28일 한자리에 모인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황이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에게 아직 시간이 있으며 다음 날(27일) 오후 4시까지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했다. 트럼프는 27일 오후 3시 38분쯤 에어포스 원에서 작전명 ‘장대한 분노’를 승인했다. 아야톨라 등 이란 최고위급이 순식간에 제거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향한 이란의 필사적인 공격이 시작된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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