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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전기공고 100년] 최명호 교장 “실패는 오답이 아닌 성장 위한 데이터"

2026.04.08 09:27

‘경계 없는 융합’으로 미래 에너지 100년 설계
"협업 지능 갖춘 글로벌 인재 키워낼 것”

1924년 경성전기학교로 첫발을 내디뎠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운영하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이하 수도전기공고)가 2024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 동안 3만 2,000여 명의 기술 인재를 배출하며 한국 경제의 ‘혈맥’인 전력 산업을 지탱해온 이 학교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속에서 ‘경계 없는 융합’을 화두로 던진 최명호 교장을 만나 수도전기공고가 그리는 미래 에너지 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궤적과 함께한 100년의 족적

수도전기공고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 화력발전 중심의 기술 교육에서 시작해 전후 복구 시기 국가 전력망 구축, 그리고 현대의 스마트 그리드에 이르기까지 이 학교 졸업생들이 거치지 않은 현장은 없다.

최명호 교장은 “수도전기공고의 100년은 단순히 한 학교의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기반을 지탱해온 핵심 인재 양성의 역사”라고 정의했다. 최근 준공된 ‘수도100주년기념관’에 담긴 3만 2,000여 명 동문의 기록은 이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지표다. 최 교장은 재학생들이 이 기록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미래 명장’으로서의 당당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내면화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대학·기관의 담장을 넘는 ‘경계 없는 융합 교육’

최근 교육계가 수도전기공고를 주목하는 이유는 파격적인 ‘융합 교육’에 있다. 고등학교 과정임에도 가천대학교와 협력하여 AI, 2차전지, 빅데이터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했다. 이는 학제 간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다.

“에너지 산업은 이제 전통적인 전기를 넘어 AI와 빅데이터가 결합된 ‘에너지 ICT’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기존의 단일 전공 중심 교육으로는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고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수도전기공고는 현장 실무의 정점을 찍기 위해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와 ‘반도체 공정·장비기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은 교육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학생들은 단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산업 장비와 공정을 익히며, ‘현장 즉시 투입형’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재교육이 필요 없는 독보적인 기술적 인재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 실패를 ‘데이터’로 정의하는 혁신적 메이커 교육

본관 4층에 위치한 135㎡ 규모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수도전기공고 혁신의 심장부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1인 1~2개 융합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기획부터 제작, 개선까지 전 과정이 학생 주도로 이루어진다.

주목할 점은 ‘실패’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겪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는 ‘오답’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데이터’”라고 단언했다. 학교는 실패한 과정을 분석하고 다양한 장비 지원을 통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수치로 증명됐다. 2024학년도 취업률 97.7%, 주요 기업 합격자 비율도 80%라는 경이로운 성과는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역량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다.

▼ 한국전력의 인프라와 ‘글로벌 현장학습’의 시너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운영하는 학교라는 점은 수도전기공고만의 강력한 특권이다. 한전의 기술력과 인프라는 학생들에게 거대한 자산이다. 한전의 현직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하고, 실제 변전소나 발전소 현장이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가장 빠른 기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여기에 ‘글로벌 현장학습’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해외 선진 기업과 교육 현장을 직접 경험한 학생들은 ‘우물 안 개구리’식의 목표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더 큰 꿈을 설계하게 된다.

▼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연결의 에너지를 믿는다”

30여 년간 한전 현장을 지켰던 최 교장은 현장에서 환영받는 ‘A급 인재’의 조건으로 ‘소통과 협업’을 꼽았다.

“기술적 숙련도는 학교 교육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지만,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은 단번에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팀 프로젝트와 자율동아리 활동을 통해 ‘협업의 언어’를 가르칩니다. 갈등을 조율하고 역할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인성 교육의 핵심”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마이스터고 도입 15년을 맞아 이제는 ‘마이스터고 2.0’ 시대로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대하는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 새로운 100년의 주역들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최명호 교장은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어떤 인재가 되길 바라는지에 대해 ‘연결’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AI 중심의 기술 혁신 시대에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아는 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수도전기공고의 졸업생들이 혼자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타인을 이끌고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연결의 에너지’를 가진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전기공고의 지난 100년이 한국 산업의 기반을 닦은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기술과 인간을 융합해 세계를 밝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새로운 세기를 향한 그들의 설계도는 이미 완성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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