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vs 무리수…'K로봇 유증' 엇갈린 시선
2026.04.08 17:29
"공격적인 투자로 우위 점해야"
주가 상승 틈타 유증·CB발행
M&A·기술 개발 재원 마련
로봇기업 대부분 적자·자본잠식
일각 "테마 편승한 거품" 우려▶마켓인사이트 4월 8일 오후 3시 58분
국내 로봇 기업이 주가 상승기를 틈타 외형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 관련 기업을 사들이는 사례도 잦아졌다. 성장 산업 특유의 공격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시각과 테마에 편승한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엇갈린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클로봇은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집 자금 대부분은 인수합병(M&A) 재원으로 쓰인다. 700억원으로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을 인수한 뒤 458억원을 추가 출자해 물류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클로봇은 범용 로봇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 등이 투자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KT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산업용 로봇 기업 나우로보틱스의 행보도 비슷하다. 지난해 5월 상장한 이 회사는 올해 초 한양로보틱스를 75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위해 상장 8개월 만에 공모 금액(17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33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는 강수를 뒀다. 자동차 내외장재 전문기업 휴림에이텍도 최근 29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운영 자금과 함께 계열사 휴림로봇의 기술력을 활용해 진출할 로봇 사업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로봇 부품 제조사 로보티즈가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관련 업계의 행보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보티즈는 당초 1000억원을 모집하려고 했는데 유증 결정 후 오히려 주가가 급등하며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2100억원을 조달했다. 휴머노이드 상용화 기대가 커지며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정밀 액추에이터 기술이 각광받았다. LG전자가 지분 6.67%를 보유한 2대주주라는 점도 신뢰를 더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열풍과 현대차 아틀라스의 등장 등으로 자금 조달이 손쉬워졌다”며 “상용화 이전 기술 개발 경쟁 단계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우위를 점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로봇 기업 대부분이 적자 상태거나 자본잠식에 빠져 있어 동반 부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클로봇이 인수하는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과 나우로보틱스가 인수한 한양로보틱스는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클로봇과 나우로보틱스는 상장 당시 약속한 흑자 전환을 지키지 못한 채 적자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 돈으로 덩치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리스크다. 로보티즈의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600배를 훌쩍 넘는다.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 역시 지난 3월 초 장중 93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한 달 새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이 회사 역시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삼성전자가 지분을 인수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수사 소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제외 등 수급 악재가 겹쳐 조정 국면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로봇 기업이 상용화 직전 구간을 지나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와 중동 전쟁 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CAPEX)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여기에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에 나서 출혈경쟁이 심해진 데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진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형 확장은 필연적이지만 공격적 투자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시장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