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만 받고 오면 안 되나요"… 공공기관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첫날 '혼란'
2026.04.08 19:39
직원들 현장에서 일일이 차량 분류
제외 기준·적용 주차장 안내는 미비
대중교통 부족 지역 "일괄 규제 부당"
"여권만 받고 갈 건데, 잠깐 주차하는 것도 안 되나요."
공공기관·공영주차장 차량 운행 제한 첫날인 8일, 서울 용산구청 주차장 입구에서 진입이 막힌 민원인이 한숨을 내쉬더니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돌렸다. 차량 번호가 '3'으로 끝나 주차가 어렵다는 안내에 운전자 오모씨는 "공무원은 몰라도 민원인 차량까지 제한하는 건 과한 거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1,321대까지 주차 가능한 서울 종묘공영주차장도 평소와 달리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직장인 천진우(50)씨는 "업무용 차량은 제외라고 들어서 차량등록증까지 챙겼다"며 장비로 가득한 트렁크를 열어 보였다. 그럼에도 증명 서류가 필요하다는 답만 들은 천씨는 "뭘 더 증명해야 하냐"면서 결국 2.5㎞ 떨어진 사설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날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부터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차량 운행 문제로 크고 작은 혼란이 빚어졌다. 공무원 차량은 '홀짝'에 맞춰 2부제, 민간 차량은 공영주차장에서 요일별 5부제가 시행됐지만, 기준을 헷갈린 운전자가 적지 않았다. 공무원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정책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상 주차장은 개폐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지만 2부제 5부제에 맞춰 차량을 선별하는 기능까지는 탑재되지 않은 곳이 많아 혼란이 더 컸다. 주차장마다 주차관리 요원과 행정지원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차량을 분류해야 했다. 구청 앞에서도 직원 한 명이 2부제 5부제 제외 차량 목록을 수기로 작성하고 비표를 발급했다. 한 구청 직원은 "이제야 요일별로 차량 번호를 차단하는 주차 단속 기계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하나하나 다 체크하는 일이 번거롭다"고 하소연했다.
차량 운행 제한이 적용되는 주차장이 어디인지 정보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조모(38)씨는 송파구 가락시장에 주차하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려면 꼭 차량이 필요해 급한 대로 5부제 제외인 전통시장으로 왔다"며 "학교와 주차장과 직장을 오가는 동선이 너무 꼬였다"고 머리를 짚었다.
5부제는 약 3만 개 공영주차장에 더해 삼성, LG, 새마을금고 등 민간주차장들도 참여했지만, 현재까지 어느 곳이 해당하는지 파악할 방법은 없다. 네이버, 카카오 등 지도 서비스 플랫폼은 시행 전날 정부의 연락을 받고 이제야 논의를 시작했다. 한 공영주차장에서 돌아 나온 김모(34)씨는 "어느 주차장은 되고 안 되는지 찾아볼 방법이 없어 계속 '뺑뺑이' 돌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부제 대상인 공무원들은 비교적 혼란이 덜했다. 공무원 밀도가 가장 높은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 출근길은 여유가 넘쳤다. 한 공무원은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에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걷는 것도 좋았다"며 "차를 타고 와도 되는 내일도 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사 주변 승강장은 버스가 멈출 때마다 많은 사람이 내리면서 수도권 출근길 분위기를 연출했다.
융통성 있는 운영을 위해 장애인·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전기차·수소차, 긴급·의료 등 특수목적 차량, 장거리 출퇴근(30㎞) 차량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사각지대도 없지 않았다. 세종에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공공기관 직원 김모(48)씨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지하철까지 대중교통 3개를 갈아타고 출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이틀에 한 번씩 이렇게 출퇴근할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동 거리는 24㎞로, 제외 대상(30㎞)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선 불편이 컸다. 경기 평택시 초등학교 교사인 윤모(27)씨는 "예외 사유에 대한 해석 기준이 학교마다 달라 행정실 직원들과 싸움이 날 정도"라며 "카풀이 안 되면 학교 주변 상가나 공터에 주차할 곳들을 대비하는 게 요즘 일"이라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일하는 군무원 전모씨도 "부대 정문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한 시간 거리라 입구에서 카풀을 하는데, 얼마나 에너지 절약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간 인프라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에서 울산 공공기관까지 출퇴근하는 김모씨는 "셔틀버스를 제시간에 타기 어려워 개인 차량을 써야 하는 날에는 조기 퇴근이나 반차를 써 전쟁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근무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차량이 많은 도시면 몰라도 교통이 불편한 지방까지 일괄 규제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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