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걷어 재건비로 충당…트럼프도 동의
2026.04.08 17:53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2주간 휴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막대한 수익(Big money)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허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재건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온갖 종류의 물자를 싣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그저 주변을 맴돌며' 지켜볼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목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아 출처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항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우선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가 언급한 휴전안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 지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동지역 매체 걸프뉴스가 이란 당국자와 국영매체 등을 종합해 보도한 이란의 제안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동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당 통행료 200만달러 도입 △통행료 수입을 인접국인 오만과 분배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재건 기금 마련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 절차 수립 등이 들어 있다.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발표한 이후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조항에는 '이란 감독·통제하에 2주간 매일 제한적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과 허용'이 적시돼 있다. 이 항목에는 '안전 통과 프로토콜'이라는 명칭도 함께 적혀 있는데, 이는 모종의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이번 휴전안에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한 중동지역 관계자는 이란이 확보한 재원을 재건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AP에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바탕으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 배상 혹은 이란 재건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 개방 조건으로 제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한국·일본·중국 등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가 이란의 재건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 셈이다.
국내 해운업계에선 꽉 막혔던 글로벌 물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일부 선사들은 통행료를 내고서라도 신속히 빠져나와 정상 운항을 하겠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운협회 관계자는 "완전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국 국적 선박들의 통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군과의 조율' 조건을 부과한 만큼 이란 측과 소통을 진행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현재 이란 측이 (자국) 군 협조 속에 통항을 재개할 것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내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은 총 7척이다. 7척 중 4척은 국적선사이고, 3척은 외국 선사인데 모두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산업부는 통항이 가능한 시점이나 통항 조건과 관련해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외교부·해양수산부와 협의하면서 우리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적된 물량은 총 1400만여 배럴로, 한국의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 300만배럴의 4배 이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내에 보유한 원유량과 관련해 "정부·민간을 합쳐서 1억9000만t"이라며 "비축유를 제외하고 5월까지는 사용할 부분(분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오수현 기자 / 정지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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