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단순한 딸깍
2026.04.08 19:59
바야흐로 ‘딸깍’의 시대다. 생성형 AI가 거의 생활필수품이 된 시기에 대학 강사 일을 시작했고, 나에게는 AI가 쓴 글을 판별해내는 능력과 직업적인 의심병이 남았다. 그것 또한 AI인 AI 표절률 검사기보다 내 직감이 더 정확하다는 믿음이 생길 정도다.
AI가 쓴 문장을 너무 즉각적으로 눈치채다보니, AI와 함께 글을 쓴 인간 공저자 대신 내가 부끄러움에 휩싸이는 일이 잦다.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가 올린 장문의 글, 중요한 정책 토론회의 토론문, 심사위원으로서 읽기 시작한 대상 논문 초록과 본문 등 곳곳에 비인간의 흔적이 입혀져 있다. 몇몇 교강사가 학생의 수업 과제가 뛰어나다며 SNS에 긁어다 게시하기도 하는데, “선생님, 이거 AI잖아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글쓰기에 AI의 도움을 받는 일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검색 도구나 대화 상대로서 AI는 분명히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흰 창에서 커서만 바라보며 멀뚱하게 있느니 AI에 뭐라도 써보게 해서 시작을 할 수 있다면 나쁜 일은 아니다. 문제는 AI의 글을 자기 것인 양 도둑질할 뿐, 자신의 노력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생산하려는 노력의 부재다. 손쉽게 결과물을 얻으려는 나태함과 안이함이 AI와 인간 협업의 잠재력을 닫아버린다.
생성형 AI가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내가 쓴 적도 없으며, 없는 학술지에 실린 내 글이 인용된 발표를 직접 듣는 일을 몇번 겪었다. AI에 참고문헌 검색을 부탁했더라도 그 문헌을 직접 확인하고 자기 글의 맥락에 맞게 좀 더 검토해야 한다. 진짜 있는 글인지 찾아보는 그 쉬운 일조차 하기 싫어서, 망신의 길로 직접 들어서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AI가 생성한 글에는 이상한 습관들이 있다. “정말 **핵심**을 찔렀어”같이 오류처럼 등장하는 강조 기호도 AI 문체의 일종이다. 한 번 검토만 한다면, ** 같은 기호는 삭제할 텐데 그것조차 하지 않아 인간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글임을 들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주목하는 AI의 이상한 습관은 특유의 과장하는 ‘쪼’다. AI는 “A는 단순한(단순히) B가 아니라 C다” 구조의 문장을 숨쉬듯이 뽑아낸다. 어떤 생각을 부정하면서 자기 논변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생각과 글쓰기의 방법이지만, AI의 문형이 문제적인 것은 보통 B가 단순하지 않을 때조차 냅다 단순하다고 선언하면서, C의 자리에는 쓰나 마나 한 문구를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청년정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다”와 같은 예시문장을 보자. 복지는 너무 복잡해서 항상 논쟁거리이며, 별도 학문까지 있는데 그게 어째서 단순한가? ‘사회의 따뜻한 손길’은 이미 복지에 포함된 것 아닌가? 게다가 일견 꽤 그럴듯한 말 같은 이 문장에는 의미적 영양가가 전혀 없다.
대세는 AI에 시키고 검증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놀랍게도 저런 문장들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빅카인즈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기사 내에 ‘단순한’ 또는 ‘단순히’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크게 늘었다. 2024년 대비 2026년에 2.41배 증가했다. 사설만 떼어보면 2.86배다.
AI의 과장은 별걸 다 구조적이라고 선언하는 문체로도 나타난다. ‘구조적’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기사는 2024년 대비 2026년에 무려 6.34배 많아졌다. AI와 함께 모두가 구조주의자라도 되어버린 것일까?
내 대화 상대인 AI를 추궁하니, 이런 AI식 표현이 군더더기이자 습관적인 오류로 글을 약하게 만든다고 자백한다. AI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이 범람하면서 헛소리들을 쳐내는 인지 비용도 증가했다. 사실 필요한 것은 인간 각자가 최소한의 노력과 양심을 챙기는 일이다. 딸깍은 단순한 완성이 아니라 작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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