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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원은 한계 있어… 일하는 방식 바꿔야 저출산 풀린다" [제9회 서울인구심포지엄]

2026.04.08 18:29

<패널토론>
기업·정부·학계, 환경 중요성 강조
‘난임은 출산의 한 과정’ 인식전환
男 육아휴직 의무화 핵심과제 꼽아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이 8일 파이낸셜뉴스와 한미연이 공동 주최한 제9회 서울인구심포지엄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장, 양화수 직방 사회적가치전략실 이사, 노정훈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 김욱 한국머크 헬스케어 난임사업부 상무 사진=서동일 기자

저출산 해법은 더 이상 '돈'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사회 인식의 전환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난임 지원과 유연근무,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데 기업과 정부가 공감했다.

8일 파이낸셜뉴스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개최한 제9회 서울인구심포지엄 패널토론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이 진행한 이날 토론에서는 난임 지원과 노동환경 변화가 출산율 반등의 핵심 변수로 집중 거론됐다.

한국머크 헬스케어 난임사업부 김욱 상무는 "출산 의지를 가진 개인이 실제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 차원의 가임·난임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머크는 결혼 여부·성별·연령과 관계없이 전 직원에게 최대 10만유로까지 난임치료비를 지원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익명 독립 시스템을 통해 심리상담과 조기검진을 병행하고 있다.

김 상무는 "서울시 출생아의 약 20%가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나고, 최근 출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난임 지원에서 비롯됐다"며 "난임정책은 저출산 대응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다만 난임을 질병이 아닌 출산 과정으로 인식하는 문화 전환과 조기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혼연령 상승으로 난임을 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업 내 난임교육 의무화와 난자냉동 지원 확대도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직방 사회적가치전략실 양화수 이사는 본사를 폐쇄하고 메타버스 기반 가상오피스 '소마'를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며 "재택·유연근무 환경에서도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억원 규모의 오피스 유지비를 절감하는 대신 직원 개인 업무환경 구축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력단절 없이 결혼·출산·주거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도 "제조업 등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업종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노정훈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출산율 반등이 정책 효과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지만, 이를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가기 위해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현행 9세에서 단계적으로 13세까지 확대하고, 달빛어린이병원 확충과 청년 일자리·주거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관련, "기업 부담 우려와 달리 생산성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문화 개선을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다만 이날 토론에서는 현금성 지원 중심 정책의 한계도 지적됐다. 패널들은 재정지원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봤다.

노 과장은 "현금 지원만으로 광범위한 출산율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동의한다"며 "다층적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근본 원인으로는 일자리 불안과 주거 부담이 반복적으로 지목됐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특정 정책이나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단일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기업은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정부는 제도와 문화 기반을 구축하며, 사회는 출산과 돌봄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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