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맞춘 패션 전략…여름 제품 출시 앞당기고 물량 확대(종합)
2026.04.08 16:44
계절 아닌 기온 기준으로 재편…여름 상품 출시일 앞당겨
봄 상품부터 여름 대비, 냉감·경량 소재 제품군 확대 편성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봄·가을이 짧아지면서 패션업계의 상품 출시와 물량 운영 전략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4월부터 초여름 수준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소비가 계절이 아닌 기온을 기준으로 움직이자 기업들도 이에 맞춰 대응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기업들은 여름 신상품 출시 시점을 예년보다 앞당기고 관련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SS·FW 중심의 상품 기획에서 벗어나 기온 변화에 맞춘 탄력적 물량 운영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수도권기상청의 '수도권 52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 수도권의 연평균 기온은 12.9도로, 1970년대 초보다 약 1.8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계절 길이 변화도 뚜렷해져 여름은 18일가량 길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여름 상품 출시와 물량 전략을 공격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3월25일 올해 첫 여름 상품을 선보였으며 여성 반소매 아이템 물량을 전년 대비 45% 확대했다. 일부 반소매 상품은 출시 시점을 한 달 이상 앞당겼다.
3월 말부터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3월25일부터 4월7일까지 여성 여름 상품 판매는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매직 슬림 반소매 티셔츠는 같은 기간 196%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는 여름 장기화뿐 아니라 기후 변동성 확대에도 대응하기 위해 반소매 티셔츠 외에도 얇은 긴소매 티셔츠, 여름용 가디건과 집업 등을 함께 구성했다. 자카드, 모달, 니트라이크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해 일교차와 우천 등 다양한 기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 선택 폭을 넓혔다.
구호플러스도 빨라진 여름에 대비해 지난달 24일 첫 여름 상품을 출시했다.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브랜드 특성상 오프라인 중심 브랜드보다 여름 상품 출시 시점이 1~2개월 빠르다.
올해는 반팔 아이템 초기 물량을 전년 대비 약 50% 확대했으며 여름 상품 출시 횟수도 기존 3회에서 5회로 늘렸다. 기후 변화에 맞춰 초도 물량을 확대하고 출시를 세분화해 적시에 상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구호플러스의 올해 첫 여름 상품 판매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으며 '티슈 저지 슬림 반팔 티셔츠'는 출시 이후 주간 최다 판매 제품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 제품 투입 일정과 구성 조정을 유연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여름 의류 투입 일정을 정해진 날짜에 맞춰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실제 날씨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예년보다 쌀쌀하면 여름 의류 투입을 늦추고 봄 의류를 추가 투입하며 더운 날씨에는 여름 의류 투입 시점을 앞당긴다.
특히 민소매 이너류 아이템은 봄·여름, 가을·겨울 계절 구분을 벗어나 언제나 구매 가능한 '캐리오버 아이템'으로 전환했다. 브랜드 마인(MINE)은 지난해 2종을 캐리오버로 운영한 데 이어 올해도 신규 이너류 아이템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확대했다.
LF가 전개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바람막와 초경량 제품군 출시 시점을 예년보다 앞당기고 초경량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확대해 4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티톤브로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여름 시즌 제품군을 강화했다. 냉감 티셔츠 라인업을 기존 단일 구성에서 3가지 스타일, 총 9컬러로 확대하고 여름 시즌 확대에 맞춰 원단을 얇고 가볍게 개선했다.
이 같은 흐름은 스포츠웨어를 넘어 캐주얼과 클래식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최근 기후 변화에 맞춰 여름 시즌 대응을 선제적으로 강화했다. 통기성과 경량성이 우수한 화섬 소재 비중을 확대하고, 도레이(Toray)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점퍼·재킷·팬츠·카라 티셔츠 등으로 선보인다.
또 봄 제품에도 냉감 기능을 접목하고 나일론 소재 기반 속옷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해당 제품들은 발매 시점을 4월로 앞당겼다.
TNGT는 예년보다 빨라진 기후 변화에 대응해 봄·여름(SS) 시즌 전략 상품인 요요기 플리츠와 키노시타 라인을 중심으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기존에는 여름 시즌에 주로 활용되던 플리츠(pleats) 원단과 시어서커(seersucker) 소재를 봄 제품군까지 확대 적용한다.
자체 개발한 플리츠 원단을 적용한 요요기 플리츠는 올해 출시 시점을 전년 대비 2주 앞당겼다. 특히 후드 집업은 초도 물량이 완판돼 현재 리오더가 진행 중이며 전체 물량도 전년 대비 350% 확대했다.
세정그룹과 오뷔엘알은 내부 시즌 개념을 유연화해 판매 적기에 맞춘 상품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길어진 여름에 최적화된 기능성 소재 중심의 여름 특화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세정그룹은 올해 여름 시즌을 초여름·한여름·늦여름으로 세분화해 기온별 상품을 구성했다.
웰메이드는 여름 제품 출고 시점을 전년보다 약 2주 앞당겼으며 가벼운 소재의 여름 아우터와 정장 제품 판매가 이르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트레몰로는 봄 제품 비중을 약 9% 줄이고 여름 제품 비중을 9% 확대했다. 시어서커, 에어홀 등 청량 소재 제품군을 강화했다.
오뷔엘알의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역시 예년보다 약 2주 빠른 3월 초부터 여름 제품을 출고했다. 시어 소재와 경량 원단을 적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레이어드와 단독 착장이 가능한 여름 제품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계절 대응을 넘어 구조적인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온과 활동 중심으로 상품을 설계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출시 시점뿐 아니라 생산·재고·물량 운영 전반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계절보다 실제 기온과 착용 시점에 맞춰 소비가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에 따라 상품 기획과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물량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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