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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교섭 폭풍'과 '법리적 불확실성'의 공존

2026.04.08 15:33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03.10. /사진=뉴시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된 지 한 달. 산업 현장은 입법 당시의 기대보다 거대한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하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손해배상 남발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산업 현장은 유례없는 교섭의 과부하와 법리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행 첫 달의 지표는 노동계의 억눌렸던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됐음을 보여준다. 8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요구는 약 1200건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450%나 급증한 수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법 시행 전인 2023년 9월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당시 응답 기업의 90% 이상이 "법 개정 시 노사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는데 시행 한 달 만에 이러한 부정적 전망이 현장의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법리적 쟁점은 더욱 복잡해졌다. 개정법의 핵심인 '사용자성 확대'를 결정짓는 기준인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의 범위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위원회에 쏟아지는 사용자성 확인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것은 법문상의 모호함이 행정적·사법적 비용의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려했던대로 사업자성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라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라며 "일부 노조가 시정신청을 하지않고 집회를 예고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3조 개정으로 손해배상 책임 입증이 '개별 귀책'으로 전환되자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바뀌었다. 과거처럼 노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총액 가압류 대신 로펌을 통한 '개별 채증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영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개별 귀책 사유 입증을 위한 채증과 자문 비용이 시행 전 대비 평균 15~2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우려는 고용 시장의 변화다.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루카스 모형 분석을 통해 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조원가량 감소하고 매년 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대형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따른 손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인적 노동력을 인공지능(AI)과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노동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고용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해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현장에서 원·하청 노사 간 교섭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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