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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퇴직자 '파업참여 독려' 논란…업계 "미래투자 재원 소진 안돼"

2026.04.08 10:56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액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7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57조2000억원의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날,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이 ‘퇴사의 변’과 함께 파업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오는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호실적이 오히려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는 ‘마이크론 이직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실명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조회수 4만5000회, 댓글 171개를 기록하며 확산하고 있다. 작성자는 1년 전 경력직으로 입사해 지난달 24일 초기업노조와 미국 마이크론 이직에 대해 인터뷰한 인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 기업이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라고 운을 뗀 작성자는 “삼성전자로 이직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곳이 내 평생 직장이 되겠지’라는 기대였다”며 “반도체 업계 세계 1위 기업이라는 점과 면접 당시 안내받은 총보상 우위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작성자는 “이상은 역시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보상 구조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처우나 직원 혜택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며 “샐러리캡(임금 상한선)은 도대체 왜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올라갈 여지도 없고, 일하든 하지 않든 보상은 상한선에 묶여 있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했다.

또 “잠정실적을 보니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원이라고 하는데, 현재 처우·보상·복지 등을 따져보면 단 하나도 특출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실적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사우들”이라며 “더 나은 보상과 연봉, 복지를 받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4월 23일 집회와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오늘부로 회사를 떠나지만 시간이 된다면 4월 23일 집회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근영 기자


재계 “잔칫날에 굳이 찬물을…”
역대급 실적에도 노조 파업을 둘러싼 삼성전자 내부 긴장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잠정실적이 발표된 당일에도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성명을 내고 “현실과 동떨어진 200조원 기준 특별 포상이 아니라 실제 성장과 실적 전망에 걸맞은, 1등 기업 수준의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며 회사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실적이 엄청나게 잘 나온 게 삼성 노조 측엔 (성과급을 더 받을) 근거가 됐지만, 기업 입장에선 잔칫날에 파업 압박이란 찬물을 맞은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안’을 제시했다. 2026년 기준 업계 1위 달성 시 ‘다’ 등급 직원에게 경쟁사와 동등 이상의 성과급 지급률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해서는 경영성과 개선 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50%에 추가로 25%를 더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총 6.2% 임금 인상, 최대 5억원 규모의 주거 안정 지원 등 복지·보상 패키지도 제안했다.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노조는 성과급 제도를 개편해 연봉 50%로 묶인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3일 경기 평택에서 집회를 열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성과를 나누자는 노동자 측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타는 산업의 특성상 실적이 좋다고 해서 이를 단기간에 소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를 위한 투자와 노동자 처우 개선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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