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니 내 재산도 쑥쑥…‘모럴 해저드’ 논란 휩싸인 금통위
2026.04.08 13:0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보유 재산의 내역을 공개하면서 통화정책(금리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모럴 해저드는 법률이나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도덕적 기준에서 볼 때 삼가거나 자제해야 할 일을 했을 때 지칭하는 말이다.
금통위의 모럴 해저드 논란은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한 7인의 금통위원이 결정하는 기준금리 수준과 통화량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에 불거지고 있다. 금리 인하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해외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금통위원의 원화 표시 재산이 급격히 불어나자 금리 인하 정책의 공정성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20억→26억→42억→60억
논란의 발단은 장용성 위원이 지난 2024년 3월에 전년 말 기준으로 재산 내역을 신고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장 위원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교수와 연방준비은행 자문역 생활을 17년간 하면서 미국 주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투자했다.
장 위원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 신고 내역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주식이다. 그는 아마존 3700주, 알파벳 A 5260주, 알파벳 C 5180주, 테슬라 114주를 갖고 있다. 평가 금액이 모두 60억원에 달한다. 장 위원은 2023년 4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추천으로 4년 임기의 금통위원이 됐다. 당시 그가 보유했던 주식의 종류와 수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하지만 주식 평가액은 2022년 말 20억원, 2023년 말 26억원, 2024년 말 42억원, 2025년 말 6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같은 기간 금통위가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3.5%에서 2.5%로 내렸다. 반면 대체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달러당 1300원에서 1480원으로 꾸준히 올랐고, 올 들어서는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장 위원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기업 가치 상승분보다 더 큰 폭으로 불어났다. 장 위원이 금통위 내부 회의에서 금리 인하 결정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리 인하 조치가 장 위원의 원화 표시 재산 증식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 위원의 2025년 말 재산은 모두 124억원이다. 전년보다 21억원이 늘어났는데, 재산 증가분 중 18억원은 미국 주식 덕이었다. 장 위원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피델리티 자산운용, JP 모건 체이스, TD 아메리트레이드, 밴가드 등 미국 금융기관에 예금도 갖고 있으나 재산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재산 절반이 해외 자산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도 장 위원처럼 재산의 절반 가량이 해외 자산이어서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신 후보자는 재산 82억원 가운데 46억원 가량을 해외 금융 자산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 후보자는 장 위원과 달리 미국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미국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용조합, 스위스 투자은행, 스페인 은행 등에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스위스 프랑 등 다양한 통화로 모두 20억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 3억원가량의 영국 국채에도 투자하고 가족 명의로 2억8000만원 상당의 미국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다. 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한은 총재로 취임하면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장 위원에 이어 두 번째 자산가가 된다.
정책 공정성에 불똥 튈라
신 후보자와 장 위원의 경우 오랜 기간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취임 당시 해외 자산이 많은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일단 공직에 취임하면 자신의 업무와 이해충돌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재산 증식 방법은 임기 중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역대 한은 총재나 금통위원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외부의 의심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재산을 관리했다. 예컨대 보유한 국내외 주식을 취임 직후에 모두 팔고 자산 변동 가능성이 작은 정기예금에 넣어둔 뒤 퇴임 후에 다시 주식을 사는 방법을 썼다. 임기 중 자신이 결정하는 정책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정책뿐 아니라 재정·조세 등 다른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들도 처신에 신경을 썼다. 특히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다주택자라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했다. 경제정책은 국민의 혈세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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