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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0 쇼크] 배달·택배 거쳐 소비까지 ‘도미노 압박’

2026.04.08 14:38

3년 8개월 만에 임계치 돌파…에너지 리스크 현실화
운송 현장 타격 확대…고정비 부담에 수익성 악화
유통 전반 확산…셀러·점포까지 비용 전이
플랫폼 노동 변수 부상…인력 이탈에 단가 압박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된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이 1900원을 넘기고 있다.ⓒ뉴시스
[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고유가로 인한 고통이 일상 생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2000 시대 도래로 앞으로의 삶에 미칠 영향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중동 전쟁발 유류비 상승이 전방위 산업에 비용 상승 압박을 키우고 있다. 물류비를 중심으로 한 비용 부담이 단계적으로 전이되며 소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가 상승의 가격 전가 가능성이 커지며 비대면 소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료와 사료, 포장재 등의 가격이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가운데 국제 유가 급등은 화물 운송과 배송 현장의 비용 부담까지 키우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화물차와 배달 오토바이, 냉장·냉동 배송 차량, 택배 차량 등의 운영비가 뛰고, 이는 결국 식품과 생필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9.88원 오른 리터당 2000.27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7월 25일 이후 3년 8개월여 만이다.

원윳값 급등은 곧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관련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원윳값이 오르면 생산·운송 전 과정의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농산물 생산 및 수입 농·축·수산물 비용이 상승할 뿐 아니라,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택배 화물차량 운영 비용이 오르게 된다.

배송 의존도가 높은 e커머스 업계는 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비용 구조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업체에 따라 택배사와 연간 계약을 맺는 경우와 자체 배송망을 운영하는 경우로 나뉘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 계약 단가 인상이나 배송 관련 비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멤버십 요금 인상이나 배송 정책 조정 등으로 비용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오픈마켓 구조에서는 물류비 상승 부담이 셀러에게 전가되면서,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물류 부담이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CU 배송 기사들이 7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일부 예약 상품 배송 지연 등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저운임 구조로 유류비·유지비 부담이 크다며 원청인 BGF 측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점포에서는 상품 입고가 지연되거나 진열 공백이 발생할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도시락·간편식 등 신선식품은 판매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점포 매출 감소는 물론 소비자 불편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가장 큰 문제는 택배업계다.

유류비 부담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구조인 만큼 현장의 어려움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연료비는 물론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정비비 등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중동발 리스크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에 나섰지만, 정작 유류비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는 화물차·택배 종사자에 대한 직접 지원은 빠졌다. 현장에서는 생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중이다.

특히 정부의 추경 편성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원유 선물시장에 반영돼 있는 가격과 국제 유가 급등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등을 고려하면 올 3분기가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더는 못 하겠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통상 화물차 기사들은 월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유류비로, 또 다른 3분의 1을 차량 수리·유지비로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순수익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사들이 가져가는 몫이 크게 줄었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를 통한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소득 및 삶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생활임금 제도 대폭 개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추가 가격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산유국 생산 시설 피해가 현실화한 만큼 복구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종전 이후 곧바로 가격이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장기적으로는 외식업계의 비용 구조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식자재 운송비와 포장재,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동반 상승하는 데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외식업 특성상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압박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배달비 등 외부 비용까지 오를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되지만,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가격 전가가 쉽지 않아 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할인·프로모션 축소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외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외식업의 축소는 곧 배달업계의 고민으로 직결된다. 외식업체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배달 주문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외식 수요 감소는 배달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달비 부담까지 커질 경우 소비자들이 주문 횟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배달앱 업계는 라이더가 사용하는 이륜차의 연비가 높고 주유량이 적어 유류비 변동의 영향이 다른 운행 업종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라이더 부담이 늘어 배달비 인상 요구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라이더 확보 경쟁이 심화되며 단가 조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라이더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일부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비 인상은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민주노총 산하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단가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당장 배달비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 않지만, 라이더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이동노동자 쉼터 130곳의 정보를 앱을 통해 안내하는 등 다양한 라이더 지원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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