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0 쇼크] “종전해도 돌아오지 않는다”…고유가·고물가 뉴노멀 경고
2026.04.08 09:48
호르무즈 해협 일대 외교 불안 지속
에너지 안보 중장기 전략 수립 시급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종전 이후에도 유가와 물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 ‘고유가 뉴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유지하며 내년 4분기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에너지 시설 피해가 심각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 외교 불안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공급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카타르 라스라판 가스단지 등 핵심 에너지 시설이 피격된 경우 복구에만 최장 5년이 걸릴 것으로 밝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글로벌 석유·가스 시장은 최소 4개월간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 외교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고유가 뉴노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주권 행사를 협상 조건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미·이란 간 협상 신뢰도가 극히 낮아 합의 도출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고유가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KIEP는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배럴당 117달러까지 치솟으며, 에너지 시설 직접 타격 등 확전 시에는 내년 말 174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IEP는 “현재 상황이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 근접해 있다”며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쉽게 돌아가기 어려운 만큼,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 다음으로 큰 하향 폭이다. 반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오히려 상향됐고, 중국과 일본은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OECD는 “한국 등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생산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충격은 밥상 물가로도 번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3월 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6.2%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2.2%)의 약 3배에 달했다.
농식품부가 인용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도 128.5로 전월 대비 2.4%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KIEP 분석에 따르면, 유가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보도된 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즉각 0.12%p 올랐다.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 전체로 전이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의미다.
OECD는 한국의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2.4%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인 1.8%보다 0.6%p 급등한 수치다. 근원물가가 오르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커져 물가가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성장 측면에서도 부담이 쌓인다. 한구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 전개 양상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향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들고, 이는 내수 회복에 직접적인 제동을 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럽고, 올리자니 가계·기업 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기 전에 구조적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에너지 수입선과 조달 루트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생존 가능성이 낮은 좀비기업과 과잉된 자영업에 대해서는 옥석을 가려 재교육·재취업 기회를 연계하는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응급처치식 단기 처방에만 매몰되면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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