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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동맹의 역전

2026.04.07 19:42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왕가의 카를 6세가 아들 후계자 없이 죽자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전쟁이 일어났다. 카를 6세는 딸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권좌를 물려주려 ‘여성은 영토를 상속받을 수 없다’는 살리카법을 깨고 주변국 협조까지 이끌어냈지만 그의 사후 상황은 돌변했다. 프로이센 프랑스 스페인 등이 협정을 무시하고 오스트리아를 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1740~1748년)이다. 테레지아는 동맹국인 영국과 힘을 합쳐 이 8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오스트리아의 실질적 ‘여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앙금이 남았다. 동맹이었던 영국이 프로이센의 슐레지엔(오스트리아 땅) 영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테레지아 여왕은 이 땅을 수복하려 왕위계승전쟁 때 적국이자 200년 넘은 철천지 원수였던 프랑스와 손잡고 ‘7년 전쟁’(1756~1763년)에 나섰다. 프로이센은 영국과 한 편이 되어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연합군에 맞섰다. 그 유명한 ‘동맹의 역전’이다. 동맹의 역전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훗날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네트다. 테레지아 여왕은 단단한 결속의 증표로 막내딸 앙투아네트를 프랑스 왕세자(루이 16세)와 혼인시켜 비극의 서막을 연다.

이란 전쟁으로 21세기에도 이 같은 동맹의 역전이 일어날 판이다. 40일 가까이 이어지는 전쟁 탓에 미국과 전통적 동맹관계 간 균열이 뚜렷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동맹국에게 수습을 떠넘겼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뿐만 아니라 한국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80년 동맹인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은 참전 거부는 물론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군의 유럽 영공 통과나 기지 사용도 제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기괴한 미국의 동맹국 때리기는 관세 협상, 캐나다·그린란드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 야욕 등 사전 조짐이 있었다. 동맹국은 옥죄고 중국 관세 협상 유예, 러시아산 원유 제재 한시적 완화 등 대립국은 웃게 했다.

이에 전 세계 여론에서도 동맹의 역전 현상이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회사 갤럽의 130여 개국 대상 조사에서 트럼프 2기 첫 해인 작년 기준 미국 지지율은 31%로 전년(39%)보다 급락한 반면 중국은 36%로 전년(32%)보다 높아진 것은 물론 미국도 추월했다. 영국 스페인 등 미국 지지율이 하락한 나라에서 중국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자업자득이다.

이선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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