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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2026.04.07 20:10

일러스트=박상훈

경기도 파주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 가본 적이 있다. 3층 500석 넘는 초대형인데, 손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았다. 이미 깨끗한 유리창을 닦고 또 닦는 직원도 있었다. 같이 간 친구는 ‘가업상속공제’ 요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직원 수를 유지하는 거라고 했다. 요즘 풍경 좋고 한적한 서울 외곽에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넘쳐난다. 훌륭한 맛과 서비스로 ‘핫플’이 된 곳도 있지만, ‘절세용 카페’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은행에서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들은 이 ‘손님 없는 카페’의 치밀한 계산을 들려준다. 서울 근교의 300억 상당 토지를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주면 절반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베이커리 카페를 짓고 10년간 운영한 뒤 자녀가 물려받아 5년만 더 유지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가업상속공제 300억원이 적용되면서 상속세가 ‘0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매년 5~6억씩 적자가 나더라도 세금 내는 것보다 이익이다. 그 사이 오르는 땅값은 덤이다. 제빵 사업이 아니라 ‘절세 사업’인 셈이다.

▶예전에는 대형 갈빗집·설렁탕집도 가업 승계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냄새 나고 관리가 힘들다며 요즘의 젊은 승계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유명 배우나 가수가 수도권 인근에 대형 카페를 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중은 은퇴 대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상속의 빌드업’으로 본다. 유명세로 소셜미디어 ‘핫플’을 만들기도 쉽다. 그래서 세금 공제 필수 조건인 직원 고용도 일반인보다 너그럽다.

▶해외에서도 ‘빵집’과 ‘상속세’를 둘러싼 두뇌 싸움은 치열하다. 영국은 최근 가업 상속 면세 한도를 약 43억원까지만 100% 인정하고 초과분은 절반만 감면하기로 규제를 조였다. 독일도 대를 잇는 베이커리에 상속세를 면제해 주지만 조건은 혹독하다. 7년 동안 직원 급여 합계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면제받은 세금을 전액 환수한다.

▶정부가 엊그제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부유층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지목하고 공제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빵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완제품을 납품받아 파는 곳은 제외하고, 건물보다 훨씬 넓은 주차장이나 정원을 자산으로 인정하던 관행도 제한한다. 또 상속 직전 정규직 근로자 수의 90% 이상을 5년간 유지하도록 고용 유지 조건도 한층 조였다. 장인 정신 없는 가업 승계는 공정한 사회를 해치는 반칙이다. 오븐에서 ‘탈세 편법’을 구워 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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