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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틀어쥔 이란에 美 강압적 전략 안먹혀…승자없는 치킨게임

2026.04.07 18:55

[긴급진단]출구 못찾는 美·이란 전쟁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전쟁 초기 양상과 다르게 흘러가
이란, 미사일·드론으로 반격 지속
'전략적 인내'로 맞서며 장기화 국면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더 초조해져
발못빼고 꾸역꾸역 전쟁 이어가
'이란 군사력 약화'목표 달...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정리=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 압박 강화와 이란의 지속적 저항이 맞부딪히면서 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압박을 통해 굴복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강압적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 결전’ 구상이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군사 목표물을 민간·준 군사시설까지 확대하는 등 공격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이란은 피해를 감내하면서도 반격 능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인내’로 맞서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비대칭 전략으로 전쟁 장기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트럼프 ‘타코’에…전쟁 흐름 안갯속

전쟁 초기만 보면 미국의 군사작전은 압도적 성공이었다.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과 주요 군사시설 타격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미군 피해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은 초기 성과와 별개로 흘러가고 있다. 이란은 여전히 역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사일과 드론을 통한 반격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카드까지 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군사적 굴복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전쟁의 흐름에 눈과 귀를 세울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움을 고려할 때 전쟁이 어떻게 전개할지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벌이는 전쟁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 개전의 이유에서부터 전쟁 수행 방법, 출구전략에까지 일관된 경향성을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쟁을 시작할 때 국제법적 규범에 얽매인 적이 없다. 미국의 관점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군사력을 행사해 왔다. 1983년 그라나다, 1989년 파나마, 2003년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이다. 이라크전쟁은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명분이었지만 그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교전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란 전쟁 역시 뚜렷한 명분 없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기존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미군이 수행한 대부분의 군사작전은 초기에는 성공적이었다. 이란전쟁도 개전 초기에는 이란 지휘부 타격과 핵심 시설 무력화에 성공하는 등 효과적으로 전개했지만 성공적인 마무리가 가능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디언 로즈 박사는 저서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How Wars End, 2010)에서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이 개입했던 대부분 전쟁에서 제대로 끝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전쟁의 시작은 쉽지만 마음대로 끝낼 수는 없다. 트럼프가 ‘셀프 종전’을 선언할 수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고 미사일과 드론을 쏴댄다면 전쟁은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채찍(공중폭격)을 휘두르며 상대의 굴복을 강요하는 ‘강압적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기 결전을 추구했던 트럼프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전쟁 개시 후 트럼프가 유일하게 보인 일관적인 태도는 ‘굴복할 때까지 강하게 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란의 대응 전략은 ‘전략적 인내’다. 이란은 한 달 동안 8000여회의 폭격에 시달리면서도 지속적인 미사일과 자폭드론 공격을 통해 항전 의지와 반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사실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역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이 쉽게 대응할 수 없는 비대칭 전략의 결정판이다.

“장기적으로 시간은 이란편”

약소국과의 전쟁에서 강대국이 고전하는 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반 아레긴 토프트 박사는 저서 ‘약자는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하는가’(How the Weak Win Wars)에서 약소국이 강력한 항전의지로 저항할 때 강대국이 아무리 강해도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약소국의 승리 비율은 60%를 넘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시간은 이란의 편이다.

지금 상황은 일종의 치킨게임이다.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두 쪽 모두 파멸을 경험할 것이다. 트럼프는 많은 미국 대통령이 범했던 오류를 반복할지 모른다. 패배를 수용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전쟁을 이어가는 것이다.그러나 아직 충돌에는 이르지 않았다. 미국의 강압도 최고 수준에 이르지 않았고, 이란의 인내력도 고갈된 것 같지 않다. 파괴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소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압과 인내가 균형점을 찾는 순간, 바로 탈진의 순간까지 중동의 하늘은 폭력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이스라엘이 될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와 달리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란의 군사력과 사회 인프라가 장기 공습으로 약화하면 ‘이란을 실패국가로 만들겠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의 역대급 분노를 잘 부추긴다면 가능할 수 있다. 이란 군사력을 무장해제 수준으로 파괴하고 사회인프라도 말 그대로 석기시대 수준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두 쪽 모두 파멸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충돌에는 이르지 않았다. 미국의 강압도 최고 수준에 이르지 않았고 이란의 인내력도 고갈된 것 같지 않다. 파괴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소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압과 인내가 균형점을 찾는 순간, 바로 탈진의 순간까지 중동의 하늘은 전폭기와 미사일 교차하는 폭력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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