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즈 굿" 미군 관점·게임처럼… KBS의 AI 전쟁영상 논란
2026.04.07 18:59
“미국 일방 입장, 실제처럼 AI 동원해 묘사” “전쟁을 오락 영화처럼”
KBS “시청자 궁금증 풀기 위해 제작…‘허구 영상’ 주장 동의 어려워”
KBS는 지난 6일 '뉴스9'에서 <빈라덴 잡은 최정예 부대 투입…"God is good" 첫 무전>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앵커 멘트로 "속고 속이는 교란 작전 속에 빈 라덴을 사살했던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까지 투입돼 숨막히는 작전을 펼쳤다"고 전한 뒤, 리포트에서 미군이 이란군에 격추된 전투기에서 군인 1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미군 관점에서 재구성한 가상의 영상을 보도했다.
리포트 전반부엔 F-15E로 지칭된 전투기가 격추되는 장면을 근접 촬영한 것처럼 구성한 영상, 탑승자 2명이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는 장면, 백인 남성 군인이 동굴처럼 패인 지형에 숨어 무전기를 두드리며 '갓 이즈 굿'(God is good)을 외치는 모습을 촬영한 듯한 근접 영상이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AI로 생성된 영상으로 'AI 활용 그래픽'이라는 표식이 달렸다.
취재기자는 "대령급 장교는 해발 2천 미터 산속에 홀로 남겨졌다"며 미군 측의 구출 작전을 긴박하게 묘사하고, "실종된 미군의 첫 무전은 (God is good) '하느님은 선하다'"였다고 전했다. 이어 "빈 라덴을 사살한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6'가 긴급 투입됐다", "(이란군 차량을) 드론이 폭격해 길을 열었다"며 "36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탈출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구출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언론계와 학계에선 저널리즘 원칙을 망각한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전쟁 당사국인 미국 일방의 시각에 바탕해 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상의 AI 영상으로 시각화해 실제 상황처럼 전달하고, 오락 영화처럼 서사를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방 입장을 실제처럼 AI 영상 보도"
언론학자들, 보도 윤리 위반 지적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전쟁 보도는 인류애에 기반한 관점과 정확한 사실 보도이 생명이며 최우선 원칙"이라며 "언론은 확인된 사실만을 자극적이지 않게 보도해야 함에도, 해당 보도는 일방이 제공한 주장을 토대로 이미지를 가공해 만들어 제시했다"고 말했다. 언론학자들, 보도 윤리 위반 지적
이어 "실재하지 않는 장면을 생성형 AI로 만들어 영상 보도하는 것은 현행 한국기자협회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개정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뉴스와 시사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촬영을 통해 확보해야 할 영상을 대체하기 위해 AI로 실사풍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AP통신의 경우 2023년 8월부터 AI가 생성한 사진·영상·오디오는 AI가 만든 자료 자체가 기사의 주제가 아닌 경우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전쟁을 오락영화·게임처럼 묘사한 데 비판도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직접 취재하지 않은 현장에 대한, 사실 확인 안 된 일방의 입장을 실제처럼 재구성해 시청자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어떤 언론사도 해선 안 될 일"이라 비판하며 "KBS가 왜 이 보도에 AI 영상을 썼으며 이것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침공으로 일어난 전쟁을 두고 비판적 관점 없이, 특정 당사국 입장을 전하는 것 자체가 전쟁 보도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승선 교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도 전쟁을 다루는 모든 언론은 기본적으로 전쟁은 인류에 불행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구출 작전을 오락영화처럼 구성한 해당 영상을 보면 이러한 원칙이 반영됐는지 심각한 의문"이라고 했다. 오세욱 교수도 "이미 전쟁을 게임처럼 묘사하는 보도와 풍토가 심각한 상황에, 현장을 게임처럼 가상으로 시각화한 영상이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선 교수는 이번 AI 그래픽 보도 문제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과오를 환기한다고도 덧붙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오보 당시, 언론은 정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그래픽으로 재현해 보도했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의 영상보도 윤리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KBS 통합뉴스룸국장을 지낸 임장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전쟁이나 재난 등 사실 관계가 엄중한 하드 뉴스에서는 AI 영상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라도 실제 촬영물과 시각적으로 명확히 차별화되는 스타일을 권장하는 식의 실무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규범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교육"이라며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켜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기자들, 제작현장 여파 우려 "진실 보도 아닌 상상력 구현 수단으로 AI 활용"
현업인들 사이에서도 AI 영상을 보도에 활용한 사례가 현장에 미칠 여파를 우려했다.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해당 보도영상을 보면 군인이 숨은 지형과 군인의 인종, 탈출한 자세부터 전투기가 특정 대형으로 비행하는 모습까지 모두 취재와 사실확인의 영역이다. 그런데 해당 보도의 AI 영상은 진실 보도가 아니라 상상력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협회장은 "이 같은 보도가 반복된다면 TV뉴스는 저널리즘 매체로서의 신뢰를 더 크게 잃을 것"이라고 했다. 나준영 전 영상기자협회장은 "현재까지 방송사들은 AI로 생성한 영상을 뉴스 보도로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 유튜버가 아닌 한국 대표 공영방송이 이런 방식을 택한다면 다른 언론사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고 했다.
KBS "허구라는 주장에 동의 어려워, 최대한 사실 입각"
KBS는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KBS 사측은 7일 미디어오늘에 "허구의 영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상황을 재구성했다"며 "한 달 넘게 전쟁 보도에 임하고 있는 국제부로서 전쟁을 오락 영화나 영웅담처럼 선전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해당 뉴스를 AI 영상으로 제작한 이유를 두고 "(미군 구출 경위에) 시청자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를 돕기 위함"이라고 했다. KBS AI 제작 가이드라인의 '뉴스 및 시사 콘텐츠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공정성과 정확성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다고도 했다. 해당 AI 영상 보도가 사실 확인 없이 미국 당국 입장을 기반으로 했다는 비판에는 "미국, 이란 양측 입장을 균등하게 반영한 보도"라며 "F-15E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은 이란에서 먼저 나왔다. (AI 영상 외 대목에) 적 조종사를 생포하면 포상을 받는다는 이란 매체 녹취도 반영했다"고 했다. "미군 군복과 헬기, 군용기, 권총, 전투기 격추 지점 등을 실제 이미지를 활용해 AI 영상을 제작했다"고도 했다.
앞서 KBS에선 지난해 9월 '뉴스9'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의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 모습을 AI가 생성한 영상으로 보도했다가 내외부의 비판을 불렀다. 지난 2일엔 미국의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생중계 중 AI로 자동번역 자막을 내보내다 오역된 비속어가 방송돼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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