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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첫 사용자성 판단, 안전보다 ‘인사·임금 통제’ 다퉜다

2026.04.07 17:47

■4개 노조 제출 이유서 분석해보니
원자력연구원 등 공공기관 노조
“이행확약서 작성해 경영에 관여”
전문가 “원청 사용자성 인정 징표”
유사 사건 170건 판단기준 될 듯
노조도 논리 보강 재신청 움직임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소속 국가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예산처에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4개 공공기관 하청 노동조합은 사실상 원청이 임금을 결정하고 인사권까지 행사해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안전관리나 업무 지휘·감독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노조는 임금과 인사에 대한 원청의 직접 개입을 주된 근거로 내세운 셈이다. 이 같은 주장이 이번 판단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노동위원회 사건에서도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하청(자회사) 노조의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제출 ‘시정 신청 이유서’를 보면 원청 4개 기관이 이들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주장이 촘촘히 담겨 있었다. 충남지노위는 이들 4개 사건 모두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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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서의 상당 부분은 원청이 임금 수준을 정하고 자회사 예산까지 통제해 하청 업체를 사실상 직접 관리해왔다는 주장에 할애됐다. 캠코 하청 노조는 원청이 자회사 예산 편성 지침까지 내려보내며 예산 편성권 자체를 통제했다고 적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하청 노조는 원청이 직종별 인원 48명과 노임단가, 상여금 155%, 각종 수당 총액까지 반영해 임금체계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하청 노조도 기본급과 가산수당, 상여금, 4대 보험 회사 부담금,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등이 원청 계약에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원청이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통해 하청의 경영과 근로조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4개 하청 노조는 모두 원청이 이행확약서를 통해 임금·고용·복리후생 전반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행확약서는 민간의 일반적인 도급 관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는 “이행확약서를 통한 근로조건 통제는 사용자성 인정의 중요한 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와 인력 운영에 대한 개입도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캠코 사건에서 하청 노조는 원청이 100%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한 뒤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자사 출신 인사로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하청 노조도 일일 대기 인원, 휴게 시간, 근무조 편성, 상시 근무체계, 결원 발생 시 감액 기준 등이 계약서와 시방서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원청이 인사·노무 운영을 좌우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전 문제는 이번 이유서들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사건에서는 안전 인력 부족이나 산업 안전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캠코 사건에서도 안전 문제는 핵심 논리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현재 노동위 심판을 앞둔 사건은 물론 앞으로 하청과 도급계약을 맺어야 하는 원청 기업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미 신청서를 제출한 노조들도 논리를 보완해 재신청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노동위 등에 따르면 이미 70여 건이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한 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아직 축적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들이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365곳이며 이 가운데 노동위 시정 신청 사건은 170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공항공사와 인덕대·성공회대의 사용자성 판단 결과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고 8일에는 포스코의 교섭단체 분리 사건에 대한 노동위 판단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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