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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못 박기’…재계 “‘약한 고리’부터 무너질 것” [양극화 벌리는 K-정년연장③]

2026.04.07 08:01

정부 ‘정년 연장’ 못 박자, 노조 “버티면 이긴다”
임금체계 개편 논의한 日…韓은 논의 협소해져
재계 “청년고용·협력사 등 약한고리부터 피해”


재계에서는 정년연장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될 경우 가장 먼저 청년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도쿄)=권제인·박혜원 기자] 노동계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법)에 이어 65세 정년 연장 논의까지 밀어붙이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야 할 ‘중재자’의 부재 속에 정부가 정년연장을 못 박으면서 경영계 안팎에서는 ‘고령자 고용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할 테이블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 방안과 정년연장 도입 시 파급효과를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내부 과제로 임금체계 개편, 재고용 제도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제단체와 공동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여당이 65세 정년연장을 정책으로 못 박으면서 현장에서는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연장 과정에서 재고용 기준 및 고용 형태, 전체 근로자의 임금 체계 개편 등을 함께 진행했지만, 이미 정년연장을 약속받은 한국 노동계 입장에선 협상에 응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65세 정년연장을 공식화하면서 노조는 버티면 된다는 분위기”라며 “기업에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도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사례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노사가 강대강으로 맞붙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그저 부러운 이야기”라며 “정년 60세 연장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이 순탄치 않았던 것처럼, 정부가 정년연장을 밀어붙이면 기업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채용공고문을 살피고 있다. [연합]


재계에서는 정년연장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될 경우 가장 먼저 청년 고용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역 인재가 주로 채용되던 제조업 생산직에서 채용을 줄이는 등 ‘약한 고리’가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호봉제가 강한 생산직에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청년 고용 대비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청년 채용 축소를 가장 먼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국내 산업은 침체된 분위기”라며 “제조업 특성을 고려할 때 대기업이 비용절감에 나서면 협력업체까지 줄줄이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마무리하는 대로 정년연장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노동계와 경영계에 오는 5월까지 정년연장안을 각각 제안하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연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정년연장 논의가 대기업 정규직의 소득공백 해소라는 단선적 프레임에 갇혀 고령자·청년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구조 마련이라는 문제의 본질과 멀어지고 있다”며 “고용과 임금이 경직된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유연한 정책을 통해 고령인력 활용을 확대하고, 법정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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