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고용’ 日도 정년은 ‘60세’…“단계적 재고용이 대안” [양극화 벌리는 K-정년연장②]
2026.04.07 08:01
日, 2000년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제시
재고용 69.2%…대상자 선별해도 2.2%만 탈락
청년채용·고령자 고용 균형 위해 재고용 필요
70세 고용에도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
재고용 69.2%…대상자 선별해도 2.2%만 탈락
청년채용·고령자 고용 균형 위해 재고용 필요
70세 고용에도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
| 2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후생노동성. 권제인 기자 |
[헤럴드경제(도쿄)=권제인 기자]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밀어붙이기식의 정년연장 추진보다 한국보다 먼저 대응안 모색에 나선 일본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 일본의 경우 기업에 재고용(계속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선택지를 주고 노사가 합의를 통해 고령자 고용 방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대다수의 기업이 재고용 제도를 택했다.
재고용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서 일본은 70세 고용시대에 진입했다.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는 대신,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해 고령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재계·노동계·학계는 입을 모아 정년 연장을 기업에 강제하기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日, 기업 자율 맡긴 재고용…청년·고령층 모두 지켰다
| 시노하라 츠요시 일본 후생노동성 직업안정국 고령자고용대책과 과장보좌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취재진을 만나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제인 기자 |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시노하라 츠요시 일본 후생노동성 직업안정국 고령자고용대책과 과장보좌는 “정부가 정년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는 것은 노사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여전히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보다 현재의 고령자 고용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0세 이후에는 일하는 방식과 생활 방식에서 근로자들의 요구가 다양하고, 일률적인 정년 연장 방식이 기업 노무 관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각 기업의 상황에 맞춰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자 고용연장 방안을 논의한 일본은 재고용 제도를 활용해 연금 수령 개시 연령과 퇴직 간의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일본은 2000년 기업에 65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노력을 의무화하며, 그 방안으로 재고용과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선택하고 있는 것은 재고용 방식이다. 지난 2023년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69.2%가 재공용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과 정년 폐지는 각각 26.0%, 3.9%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이 단계적으로 재고용 대상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가 의무화하면서, 재고용 시 대상자를 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고용 기준은 노사가 합의로 결정하도록 했으며, 노사 합의가 어려울 경우 기업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합리성을 갖춘 취업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 없이도 변경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일본 대표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재고용 제도를 통해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 연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고용 연장 논의가 오가던 2000년대 일본에서는 IT 버블이 붕괴되며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됐다. 기업들이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 연장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져야 했고, 이를 위해선 기업의 부담 경감이 필요했다.
아베 히로시 게이단렌 노동정책본부 총괄 주간은 “IT 버블 붕괴로 기업들은 고용을 조정하고 있었고, 동시에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늦춰지며 소득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있었다”며 “일본 기업들은 비정규직인 청년층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만, 고령자를 전원 고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고 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러한 의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이 고령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재고용이 되지 않은 근로자는 전체의 2.2%에 그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인건비를 크게 줄이기보단, 근로 의욕이 크게 떨어지는 ‘프리라이더’들을 선별하는 데 제도를 활용했다는 의미다. 일본노동정책연수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재고용 대상자 선정 기준을 조사한 결과 ▷건강상 지장이 없을 것(91.1%) ▷일할 의사·의욕이 있을 것(90.2%) ▷출근율·근무태도(66.5%) 순으로 합리적인 수준에 그쳤다.
日, 임금·업무 재설계로 생산성↑…정년 연장은 ‘아직’
| 닛산자동차 노조 서기장이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취재진을 만나 회사의 재고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제인 기자 |
일본 기업들은 재고용 제도를 통해 고령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한편,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 전 대비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업무 시간을 줄이거나 책임을 감소시켜 고령자가 상황에 맞춰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인사 평가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을 확대해 근로 의지를 강화했다.
닛산 자동차는 정년에 도달하기 전 3번의 면담을 통해 근로자가 퇴직 여부, 근무 형태, 업무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을 앞둔 55세부터 업무상 책임을 줄이는 한편, 면담 과정에서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임금을 줄이는 대신 근로자도 이에 합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한 통신사는 재고용을 도입한 뒤 회사 전반의 임금 산정 체계를 손질해 정년 이후에도 근로 의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 전 근로자에 대해서도 인사 평가에 따른 차이가 벌어지도록 하는 한편, 해당 상승분이 60세 이후의 임금에도 반영되도록 했다. 또한 60세 이후 근로자에게도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했으며, 전문성이 뛰어난 고령 근로자는 별도의 제도를 통해 높은 연봉을 보장했다.
일본 정부를 비롯해 재계, 학계는 재고용 제도를 노사 간 합리적인 절충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가 정년연장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 당시 노동정책심의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세이케 아쓰시 전 게이오대 총장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기업과의 협의없이 정년을 연장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이케 전 총장은 “소프트 권위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는 외국인 노동자 확대 문제부터 학력별 일자리 문제까지 정부가 모두 개입할 수 있다”며 “한국, 일본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일본과 달리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하에 2022년 63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30년까지 65세로 상향할 계획이다.
또한, 2021년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 노력을 의무화한 지금도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70세 고용’ 시대를 열었지만, ‘60세 정년’을 27년째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괄 주간는 “2021년 기업에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 노력을 의무화하면서도 정년 연장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며 “적어도 60% 이상의 기업이 65세 정년제를 도입해야 정년 연장 법제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할 때도 수십 년이 걸렸고, 1998년 정년을 상향할 때 이미 60세 이상 정년제를 도입한 기업이 전체의 93.3%였다”며 “한 번 더 정년을 연장할 경우 이와 같은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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