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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
[직설]SF 영화의 메시지 전송 속도

2026.04.06 19:53

| 심완선 SF평론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처음 이채로웠던 장면은 지구와 인간의 모습을 그린 금속판이 우주선 벽에 한가득 걸려 있는 부분이었다. 파이어니어호에 실렸던 금속판과 동일하게, 영화 속 금속판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계 문명에 어떻게든 인류를 소개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태양계의 행성들과 우주선 그림, 인류가 진화하는 그림, 그림의 축척을 알려주기 위한 수소 원자 표시 등. 원작 소설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소설에서는 그레이스가 깨어난 후 자신이 인류를 위해 우주 한복판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거의 100페이지가 소요된다.

반면 영화에서는 그레이스가 방 밖으로 나서자마자 창문을 통해 우주의 풍경을 목도한다. 빠르고 명확하며,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 영화 속 금속판이 이채로웠던 이유도 동일했다. 1972년과 1973년, 파이어니어호에 실린 금속판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어떻게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인류의 고민을 집약한 결과물이었다. 금속판의 그림은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작중의 시간적 배경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임을 암시한다. 이 또한 빠르고 명확하다. 시각적으로 강렬하다는 점도 똑같다. 다만 영화 속에서 벽면을 크게 채우던 금속판과 달리, 실제 파이어니어 금속판은 아주 조그마한 크기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대비를 이룬다.

그레이스가 외계 생명체 로키와 대화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도 각색으로 인한 차이가 드러난다. 소설 속 로키는 대화가 가능해지기까지 지루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영화 속 로키는 처음부터 삐익거리는 귀여운 소리를 내는 데다가, 나중에는 그레이스가 ‘천상의 행복(cloud nine)’ 같은 비유적 표현을 써도 되묻지 않고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두 생존자는 빠르게 의기투합한다. 그들의 대화에는 시간 지연이 없기에 이질적인 종족을 마주했을 때의 거리감도 금세 사라진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비록 짧은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에 비하면 디테일을 덜어내고 작중의 아스트로파지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배경음악으로는 비틀스의 노래가 흐른다. 그들에게는 소설에서처럼 조용히 오류를 곱씹을 이유가 없다. 이는 영화와 소설이라는 두 매체의 이야기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사례다.

큼지막하게 등장하는 금속판은, 말하자면 단숨에 내용을 전달하려는 영화적 속도를 표방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로키에게는 그 그림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빛으로 사물을 보는 인간과 달리, 로키는 음파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물체에 요철이 있어야만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명확한 그림이라도, 요철이 없는 한 그 메시지는 로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작중에서는 로키에게 일종의 통역기를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만, 느리고 번거로운 속도로 오가는 대화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체감상 <프로젝트 헤일메리>보다 더 느린 <스패로>나,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겨우 기초적인 단어 사전이 등장하는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다시 읽으며 영화의 러닝타임과 소설의 페이지 수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심완선 SF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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