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수요 폭증… K조선 ‘빅3’는 골라서 수주
2026.04.07 00:34
전남 해남의 중형 조선소 대한조선은 지난 1분기(1~3월) 유조선만 12척을 수주해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3개월 만에 달성했다. 작년 연간 수주 실적(11척)을 조기에 넘어선 것이다. 수주한 유조선 가격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달 30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한 유조선(2척) 가격이 1척당 1380억원으로, 이 회사 창사 이래 가장 비싼 유조선이었다. 대한조선은 유조선을 중심으로 이미 2029년까지 일감을 확보했다.
이란 전쟁과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유조선이 우리 조선업계 전반에 걸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통 ‘탱커’라고도 불리는 유조선은 크게 원유를 정제소까지 실어 나르는 원유 운반선과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운반하는 PC(Product Carrier)선을 가리킨다. 지난해부터 2000년대 중후반 건조된 노후 유조선 교체 수요가 돌아오고 있었는데, 이란 전쟁까지 터지면서 유조선 몸값이 치솟고 있다.
유조선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원유 운반선은 적재 중량에 따라 초대형(VLCC·20만t 이상), 수에즈맥스급(12만~20만t), 아프라막스급(8만~12만t) 등으로 나뉜다. 조선업계에서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Very Large Crude Carrier)부터 수에즈맥스급까지 선사들의 주문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6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원유 운반선 발주량은 120척(459만CG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7척·54만CGT)과 비교해 선박 수 기준 7배, 용량 기준 8배 이상 늘었다.
유조선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 시기적으로 겹친 여파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운영 중인 유조선 상당수는 2000년대 중후반 해운 호황기에 건조됐다. 선박 나이가 15~20년 안팎에 이르면서 교체 시기가 차례로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엔진을 달지 않은 구형 원유 운반선은 주요 항만 입항 자체가 제한될 수 있어, 유조선도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조선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확보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원유 수입 다변화를 위해 유조선 수배에 나선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원유 수급 문제가 당장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유조선 가치는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조선은 친환경 흐름 속 ‘탈석유’ 기조가 강화되며 최근 수년간 발주가 대폭 줄어 한국 조선소가 눈여겨보지 않던 분야였다. LNG 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에 비해 건조 기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부가가치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유조선 몸값이 서서히 오르면서 국내 대형 조선 3사 역시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작년 1분기만 해도 수에즈맥스급 원유운반선 수주가 ‘0’였는데 올 1분기에만 7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VLCC 수주가 지난해 1분기 3척에서 올해 7척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한 선박 16척 중 25%가 원유 운반선이다.
다만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이미 배를 만드는 독(dock)이 유조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물량으로 차 있는 상태라, 수익성 높은 유조선만 골라 수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 1분기 발주된 유조선 120척 중 한국 수주량(27척)이 중국(91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이런 ‘선별 수주’ 기조 속에서도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조선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독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유조선을 한 척이라도 더 수주하려는 조선소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중형 유조선을 수주할 경우, 독 안에 여러 척을 촘촘하게 배치해 동시 건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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