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가져올 때 왜 안 씻으세요”…변기의 4만배 세균 [식탐]
2026.04.06 16:51
텀블러 세균, 변기 시트의 4만배
물보다 ‘음료’의 세균 번식 빨라
매일 주방세제·주 1회 ‘분리’ 세척
카페 ‘텀블러 세척기’ 이용도 방법
물보다 ‘음료’의 세균 번식 빨라
매일 주방세제·주 1회 ‘분리’ 세척
카페 ‘텀블러 세척기’ 이용도 방법
| 텀블러는 세균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어 매일 주방세제로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123RF]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한 여성 손님이 텀블러를 헹구고 커피를 담아달라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부패한 흰 거품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이목을 끌었던 동네 카페 사장의 글이다. ‘카페에 텀블러 가져올 때 왜 안 씻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댓글도 쏟아졌다. “반은 안 씻어서 가져온다”, “힘들게 씻어야 할 정도로 더러운데, 할인까지 요구하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등이다.
텀블러 사용자가 늘어나고 다회용기 정책이 강화된 가운데, 텀블러의 위생 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습기·입술 접촉·음료…변기 시트·마우스보다 더러워
| 미국 워터필터구루닷컴의 실험에서 일반 텀블러에서 검출한 세균은 일반 변기 시트보다 4만 배 많았다. [워터필터구루닷컴 제공] |
스타벅스에 따르면 개인 컵 이용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2억건을 넘어섰다. 이용자는 많아지고 있으나, 음료만 담는다는 이유로 세척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번 찬물로만 헹궈 사용한다면, 변기 시트보다 더러울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정수 필터 정보 사이트 워터필터구루닷컴의 실험(2023)에 따르면, 일반 텀블러에서 검출한 세균은 평균 2080만 CFU(미생물 수 단위)/㎖였다. 일반 변기 시트보다 4만배 많은 수치다. 손이 직접 닿는 컴퓨터 마우스보다 4배, 부엌 싱크대보다는 2배 많았다. 연구진은 “매일 사용하는 물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세균 감염이나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세균 증식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텀블러는 세균 번식에 최적인 공간이다. 밀폐 공간에서 습하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된다. 입술과도 빈번히 접촉된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았다면 물보다 세균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진다. 세균의 먹이가 되는 지방·당·단백질이 많아서다. 지난 2015년 KBS 한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한 모금 마신 ‘커피’를 플라스틱 텀블러에 담고 3시간 20도 실온에 보관하자, 3만1600마리 세균이 검출됐다. 3시간 더 놔두자, 세균 수는 2배 늘어났다.
미국 퍼듀대학교 칼 벤케 박사 연구팀이 90명의 텀블러를 실험한 결과도 유사했다. 칼 벤케 박사는 “텀블러 내부를 키친타올로 문질렀을 때, 미끄러운 느낌이 든다면 재질이 아니라 세균이 쌓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수만 담아 마셔도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학술지 시민환경공학(Annals of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2017)이 다룬 싱가포르 논문에 따르면 텀블러에 끓인 물을 넣고 한 모금 마신 후 하루가 지나자, 100~200만 CFU/㎖의 세균이 검출됐다.
세균 잘 자라는 고무마개…‘분리’ 세척
| 텀블러의 뚜껑 고무마개는 세균이 가장 잘 번식하는 공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 서울시 마포구 스타벅스 매장에 ‘텀블러 세척기’가 놓여있다. 육성연 기자 |
매일 찬물로만 헹구는 것도 세균 증식의 원인이다. 텀블러 안쪽의 세균막(물때)이 제거되지 않는다. 세균은 이 막 안에서 빠르게 번식한다. 주방세제로 씻고, 컵 전용 솔로 안쪽의 깊숙한 바닥까지 문질러야 한다.
특히 뚜껑의 ‘고무마개’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완전히 분리해서 씻어야 한다. 텀블러에서 세균이 가장 잘 자라는 공간이지만, 일반 세척으로는 마개 안쪽의 오염을 제거할 수 없다. 분리한 마개는 베이킹소다·식초를 넣은 미온수에 30분 담근다. 뚜껑 틈새는 면봉이나 솔로 문지른다. 텀블러를 씻은 후에는 바로 뚜껑을 닫지 말고 ‘완전히’ 말린다.
카페 내 텀블러 세척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에 물을 안 묻히고 30초 만에 깨끗이 닦을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 특수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에 LG전자 ‘LG 마이컵’을 설치했다. 세척기 상단의 문을 열고 텀블러를 뒤집어 넣은 후, 세척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친환경 인식 강화로 개인 컵 이용에 동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라며 “텀블러 세척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세척기 설치는 환경부와 협력한 프로젝트다. 환경부는 다회용기 위생과 일회용기 사용 저감을 목표로 텀블러 ‘세척기 보급 사업’을 카페와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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