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왕사남' 정치와 공화주의 배신
2026.04.07 02:00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에도 대통령을 '왕'으로 떠받드는 좌우 왕당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개탄스럽다. '윤어게인'세력은 윤 전 대통령을 비운의 '단종'으로 치환해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한다. 오죽하면 인터넷상에 이재명 대통령은 수양대군, 정청래 대표는 한명회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겠는가.
'왕사남' 정치를 활용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되어 치밀하다. 친명계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정원오, 김남준, 송영길, 김남국 같은 이름이 거론될 때, 대중은 그들의 정책보다 '얼마나 친명인가'를 먼저 떠올린다. 이것에 유시민 작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인을 숭배하지 말고 도구로 사용하라"고 했던 말을 인용하며 '친명계' 견제에 나섰다. 유 작가는 '뉴이재명 세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대표, 김어준 씨 등을 싸잡아 비난하는 '문조털래유' 공격을 가하며 '친명팔이' 충성경쟁으로 사익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왕사남' 정치는 청년 비례대표 오디션에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이다. 상위권 후보 상당수가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경남의 한 시의원은 '윤석열 만세'를 외쳐온 인물이고, 경기도의 모 시의원 후보는 탄핵소추의 부당함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판은 왕 없는 나라에서 왕을 만들어 모시는 기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스스로를 '왕의 남자'로 포장하며 권력 주변을 맴도는 '왕사남' 정치가 판을 친다. 국민과 헌법에 대한 충성은 증발하고, 특정 지도자의 후광에 기대 권력을 탐하는 봉건적인 행태가 만연한다.
선거판은 정책 경쟁이 아닌 '줄서기 경쟁'으로 전락하고 있다. '명심팔이'와 '윤심팔이' 후보들 속에서 주민자치, 경제, 민생, 외교 의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치는 공적 영역이어야 함에도 사적 인맥과 충성 경쟁의 장으로 타락했다. 이는 시민정치가 아니라 권력에 기생하는 '궁정 정치'이자 '기생 정치'다.
정책보다 충성을 묻는 순간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왕과 왕당파의 남자'가 아닌 '국민과 공화파의 사람'이다. 계속해서 '왕사남' 정치를 방치한다면, 우리 모두는 민주공화국을 배신하는 꼴이 된다. 영화 '왕사남'의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3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엄명을 거역하고 단종의 시신을 거둔 인물이다. 그는 선조의 명에 맞서 백의종군했던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 지금은 '왕사남' 정치를 견제할 공화시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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