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드러난 임성근 전 사단장의 '선택적' 기억력
2026.04.06 18:46
| ▲ 영장실질심사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 ⓒ 이정민 |
채해병 순직사건의 피고인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기억력은 '선택적'이었다.
순직 사고 전 해병대원들 수중수색 모습이 담긴 언론보도를 하급자로부터 보고받고 "공보활동이 훌륭히 이뤄졌다"라고 답장했던 임 전 사단장은 법정에서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사단장 VTC(화상회의)에서 자신이 한 발언으로 지목된 특정 표현(도로 아래로 내려가서 찔러보며 수색하라-기자 주)을 두고는 자신이 "쓰는 말이 아니"라며"'헤쳐가라'고 했다"라고 또렷이 기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6일 채해병 사망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소장), 박상현 전 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등에 대한 19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수중수색 보도 못 봤다"던 사단장, 사진 보안폴더로 옮겨 놓고 "기억 안 나"
| ▲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 ⓒ 연합뉴스 |
채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은 임 전 사단장을 겨냥해 "2023년 7월 19일(채해병 순직날) 오전 6시 5분 당시 공보정훈공보실장으로부터 (해병 대원들이) 일렬로 서서 물 (아래를) 찔러보는 영상(이 소개되는 방송) 기사 링크를 받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확인 못 했다"라고 답했다.
특검은 이어 "같은 날 오전 6시 7분 (하천에 무릎높이까지 들어간 해병대원들 사진이 포함된) 지면 언론보도 12개를 이미지 형태로 보고받고, 이후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장문으로 답장하지 않았나"라고 캐물었다. 이 같은 사실은 그동안 임 전 사단장이 채해병 사망 전 이미 수중수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여겨져왔다.
특검: (12개 지면 기사 사진 중) '국민일보'가 보도한 기사는 사진으로 봐도 (강물) 유속이 심한데 보았나?
임 전 사단장: 못 봤다.
특검: 수사기관에서 계속 말이 바뀌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건가 아니면 '주의깊게 안 봤다'는 건가?
임 전 사단장: 빠르게 넘기다 보니 그걸 파악하지 못 했다. 못 본 거다.
특검: 빠르게 넘겨보더라도 (지면에 보도된 1면) 사진은 눈에 (쉽게) 들어오는데 사진을 클릭해서 봤나?
임 전 사단장: 하나도 읽지 않았다.
특검: (보도)사진을 저장한 건 (사실로) 확인되는데,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다운받았나?
임 전 사단장: 나중에 여유있을 때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묶음 사진으로 저장했다.
특검: (방송 기사는 링크 모음으로, 지면 기사는 사진 형태 모음으로) 보고받은 뒤 (오전) 7시 4분경 장문으로 답장했는데, 무슨 기사인지 읽지도 않고 '훌륭하다'고 한 것인가?
임 전 사단장: 답장하다 보니 인사 또는 격려 차 '(공보 활동이) 휼륭하다'고 클래식하게 칭찬했다.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모습이 담긴 언론 기사를 "보거나 읽지도 않았다"라고 하자, 특검은 ▲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당시 공보정훈실장 보고를 통해 수중수색 사진이 담긴 기사(이미지 파일)를 휴대폰에 저장한 점 ▲ 사고 발생 후 경북경찰청이 해병대를 압수수색한 날 기사 사진을 휴대폰 속 '보안폴더'라고 적힌 다른 폴더로 옮린 점을 꼬집었다.
특검은 "본인이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 41분 기사 (이미지를) 보안 폴더로 옮겼다"라며 "(경북청) 압수수색 당일 이 사진을 인식했는지 여부가 중요 쟁점이었기에 불리한 걸 피하고자 (사진을 보안폴더로) 옮긴 것 아니냐"라고 캐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포렌식 결과라 (사진을 보안폴더로 옮긴 사실은) 인정한다"라면서도 "세부적으로 어떤 경위로 한 건지 기억 안 난다"라고 말했다.
즉, 하급자가 보낸 수중수색 모습이 담긴 기사는 "하나도 읽지 않았다"라던 임 전 사단장이 보도 사진 일부를 저장해 '보안폴더'로 옮긴 이유에 관해서는 "그 경위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난 '헤쳐가라'고 했다"... "사단장, VTC서 수풀 찔러보라" 법정 증언도 반박
| ▲ 2023년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
| ⓒ 조정훈 |
임 전 사단장의 선택적 기억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임 전 사단장은 채해병 순직 전날 자신이 주관한 VTC에서 "(임 전 사단장이 도로) 위에서 보는 건 수색 정찰이 아니므로 수풀을 찔러보며 찾으라고 말했다"라는 부하의 법정 증언에 대해 "아니다"라며 "잘 '헤쳐가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7여단 수송과장이었던 윤아무개 전 소령은 지난 1월 19일 이 법정 증인으로 채택돼 "(사단장 주관 VTC에서) 바둑판식으로 찔러보며 수색하라고 임 전 사단장이 언급했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바둑판식으로 내려가면서 찔러보는' 수색의 방법이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일단 전 찔러보라고 안 했다"라며 "군 생활을 하다보면 (쓰는) 표현이 정해지는데 (찔러보라는 건) 초급 간부 (시절) 총검술 집중체조 때나 써본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기억해 보면 사고 이후 박 전 여단장에게 두가지를 물었는데 (그 중 하나는) '찔러보라는 표현을 나는 처음 들었는데 왜 이렇게 (언론에) 많이 나오냐'는 (취지였다)"라며 "(박 전 여단장은) '제가 지시했다. 수변의 지반이 약해 찔러보라'라고 했다. (이를) 선명하게 기억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특검은 "박 전 여단장의 진술을 보면 '(사단장이) 수변 아래로 내려가 찔러봐라, 그렇게 해서 (수색 작전 첫날 7여단) 71대대가 찾은 것 아니냐'(고 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라며 "박 전 여단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단 건가"라고 따져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의사소통 오류가 있던 듯하다"라며 "저는 '찔러보라'는 말을 안 쓰는데 이상하다는 (취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 명분으로 여단장 통해 작전 지휘"... "임무·목표·과업 변경 안 했다"
| ▲ 박상현 전 해병대 제1사단 제7여단장이 2024년 7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앞줄 오른쪽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
| ⓒ 남소연 |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공판에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양돼 자신은 작전 지휘를 할 수 없으므로 채해병 순직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태도도 고수했다.
특검은 "(현장 최선임 지휘관이었던) 박 전 여단장은 바둑판식 수색을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했다"라며 "바둑판식 수색을 적용할 수 있는 구역이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다. 임 전 사단장은 "그것은 작전 구역"이라고 답했다.
특검: 본인은 노하우를 공유했을 뿐 수변수색 (작전)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내린 게 아니라는 입장인가?
임 전 사단장: 기본적으로 제가 작전분야에서 지침이나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원소속 부대의 장은 여단장에게 자신의 개념을 교육할 뿐이다. 여단장은 자신의 작전통제권으로 이를 융합시켜 (작전에 지도 내용을) 적용할지 보류할지 재량껏 행사한다.
특검: 지시가 아니라 조언이라는 건가?
임 전 사단장: 지도, 당부, 교육, 조언이다.
이에 류관석 특검보는 "지도라는 이름으로 박 전 여단장을 통해 실질적으로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는데, 임 전 사단장은 "만일 박 전 여단장을 통해 임무·목표·과업을 지정하고 부대를 조정했다면 그것은 작전통제권 침해일 수 있으나 저는 임무·목표·과업을 변경시킨 바 없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지금도 백령도, 김포나 강화에서는 원소속 부대장들이 현장을 지도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압수수색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