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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북핵을 잊을까…"4만 5천 명 위험" 발언과 미국의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2026.04.06 16:21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연설 중이다.

"우리는 핵 전력 바로 옆,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4만 5천 명의 병력만 두고 있습니다(We only have 45,000 soldiers in harm's way over there, right next to a nuclear for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1일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언급하면서 한 발언입니다. 대체로 주목을 받은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한국 등이 이런 전쟁과 관련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트럼프의 노골적 불만, 주한미군 규모를 역시나 또 한 번 틀리게 말했다는 사실(실제는 2만 8,500명 규모)입니다. 이번 취재 파일에서는 트럼프의 이 발언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중동의 혼란한 정세로 인해 지금은 구석 한 켠으로 미뤄져 있는 북핵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 이야기입니다.

트럼프가 명시적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주한미군을 거론한 맥락에서 핵 무력(nuclear force)은 북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1월 취임식 당일 북한을 'nuclear power'라고 부른 것을 비롯, 트럼프가 여러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핵무력을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집권 2기 북핵 관련 주요 발언>

"그는 이제 핵 능력(nuclear power)을 가졌다" 2025년 1월 20일
"그가 핵 능력(nuclear power)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2025년 3월 13일
"그는 매우 큰 핵국가(의 지도자이)다(He's a big nuclear nation)" 2025년 3월 31일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nuclear power)이라 생각한다" 2025년 10월 24일

북한 핵무기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5개국 뿐입니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핵을 개발한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북한은 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국제사회는 공인하지 않아 왔습니다. 트럼프가 지난해부터 해온 발언은 북한의 핵보유를 공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확립된 표현(Nuclear-weapon State)은 피하되, 실질적 존재를 인정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고려한 당근책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런데 지난 1일 백악관에서 나온 발언은 기존과는 결이 다소 달라 보입니다. 미국이 덮어두고 있던, 북핵에 관한 일종의 불편한 감정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의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가 잠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협이라는 점을 트럼프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추정케 합니다.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명분을 트럼프는 당초 이란의 핵능력 확보 저지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도 완전히 잊어버리기 어려운 '찝찝한' 존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핵에 대한 불편함과 잠재적 위협 인식은 물론 트럼프 개인의 것만이 아닙니다. 수 많은 미국 행정부를 거치면서 켜켜이 쌓여진 역사적 산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오바마 전 대통령

2017년 3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불과 몇 개월 전 백악관을 떠날 때 미국이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에 새 행정부의 국가 안보 최우선 이슈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 문제를 완전히 무시했던 오바마도 속내는 달랐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2016년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는 옵션까지 검토했습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군사 공격이 최종 선택지에서 배제된 주요한 이유는 북핵 관련 시설을 미국이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은 85%만 파악된 상태였다고 우드워드는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완전한 북핵 제거는 불가능하며, 핵 반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0%라고 누구도 장담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서울에 수천만 인구가 거주한다는 점도 최종 선택을 주저케 한 결정적 이유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오바마의 이력 역시 제동 장치 역할을 한 것으로 거론됐습니다.

북한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장면

트럼프도 집권 1기 첫 해인 2017년 북핵에 대한 물리적 제거 카드를 한때 고려했습니다. 이 해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첫 ICBM 급 '화성-14형'을 전격 쏘아 올렸습니다. 8월과 9월에는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으로 중거리급인 화성-12형을 연거푸 발사했습니다. 그 사이 6차 핵실험도 단행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극도로 올라갔습니다. 짐 슈토 CNN 기자의 책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를 보면 당시 각료들은 트럼프에게 모든 옵션을 보고하길 상당히 주저했다고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에게 모든 선택지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군 지휘부가 물리적 타격이 불가능하다고 본 이유 중 하나는 오바마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에 거주하는 막대한 인구와 피해 우려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당시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는 "그냥 레토릭이 아니었다. 실제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한다거나 전쟁 시나리오를 검토한 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개연성 있는 정보였고 나중에 사실로 확인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좌초하긴 했지만, 트럼프는 북핵 무시를 택했던 오바마와 정 반대로 이후 정상회담이라는 해법을 택했습니다. 오바마와 트럼프, 성향이 정반대인 두 미국 대통령이 모두 북핵에 대한 물리적 제거가 어렵다고 판단했단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북핵에 대한 물리적 제거는 다른 사례와 달리 쉽지 않다는 점을 추론케 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집권 말기, 또 트럼프 1기와 지금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지난해 7월 28일에 담화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7월 28일 담화에서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 그리고 지정학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만큼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북한은 북미협상이 좌초된 이후로는 핵을 '국체'로 규정하면서 핵무력 사용을 염두에 둔 핵태세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액체 연료 기반이어서 발사의 기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던 ICBM 기술은 고체 연료 기반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당시보다 훨씬 강화된 북한의 핵능력을 상대해야 합니다. ICBM 화성 20형의 다탄두 탑재 능력 여부 등 북한의 핵능력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능력 고도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최종적인 목적지는 결국 미국이 다시금 실질적 위협으로 느낄 수준을 만드는 것일 겁니다.

이란 전쟁의 안개가 우선 걷혀야겠지만, 트럼프의 마음 한켠에 미뤄둔 북핵은 시일이 지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핵 문제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삼촌 존 트럼프 MIT 교수를 언급하며 자신도 핵을 잘 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삼촌이 실제 핵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트럼프에게 핵 문제는 국제 안보 현안을 넘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싶은 어떠한 특별한 영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남은 임기 중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지를 취할지는 지금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 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어느 선택을 하든 북핵이 미국과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점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주한미군

글을 매듭짓기 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험지에 놓인 병력으로만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될수록, 미국이 북핵을 방치할수록 미국 본토 방어에 있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커집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화를 보면 매티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효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알래스카에서 탐지할 경우 15분 걸리지만, 주한미군은 7초 만에 탐지한다고 말입니다. 그는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은 단순히 위험을 감수하는 병력이 아니라 미국 본토 방어망의 최전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자신들이 '부당'하게 져야 하는 부담으로만 계산할 때, 이러한 요소들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참고 자료: 밥 우드워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문재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짐 슈토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 김여정 담화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뿐이다> (2025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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