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제라더니... 택시는 여전히 '사납금'에 묶여 있다
2026.04.06 12:06
택시 노동자들은 매일 십수만 원에 달하는 사납금을 충당하기 위해 과로와 과속에 내몰린다. 사납금제로 택시 사업주들은 고정적인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매일 발생하는 수익 변동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 제도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입하고, 노사가 정한 임금협정에 따라 고정급 및 성과급을 받는 전액관리제(택시월급제)가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됐다. 이때부터 사납금이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택시 현장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법인 택시 임금체계(전액관리제),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법), 소정근로시간 적용기준(택시발전법) 등에 관한 다양한 법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어째서 현실은 제자리걸음인 걸까.
택시 완전월급제, 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엄밀히 따지면 전액관리제는 택시 노동자들이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완전월급제'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전액관리제에 대한 법적 규정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해서는 안 된다. 즉 운송수입금 전액은 회사에 귀속하고 대신 사납금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의 규율은 여기까지고 임금의 지급 방식은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 현장에서는 사납금제와 유사한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가 굳어졌다. 이른바 변형 사납금제라고도 하는 이 임금체계는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금을 정해놓는다. 일 단위로 사납금을 내지 않지만, 미리 정해 둔 월 기준금은 채워야 한다.
월 기준금을 초과한 금액은 노동자가 성과급 명목으로 가져가지만, 수입이 기준금에 미달하면 월급에서 공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액관리제에서도 임금 도둑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 노동자의 적정임금과 노동시간을 보장한다는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탈법이 난무하게 된 데에는 애당초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제도 설계의 문제가 있다. 과거 사납금제의 핵심 문제는 영업용택시 임대료 등을 걷는다는 구실로 자행된 노동자의 임금 강탈이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사납금을 걷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고, 전액관리제 시행 목적에 맞게 임금의 변동성을 낮추도록 지침 등을 통해 강제하면 된다. 그런데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에도 기본급이 매우 낮고, 성과급 비중은 높으며, 월 기준금이 높아 현실은 사납금제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 ▲ 2026.03.29. 택시지부 고영기 분회장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맹성규 의원 지역사무실 앞 통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모습. |
| ⓒ 공공운수노조 |
여기에서 허술한 법망을 회피하는 꼼수가 또 한 차례 등장한다. 택시 노동자의 월급명세서에서 기본급 비중을 현저히 낮추는 수단이 바로 근로기준법상 '간주시간근로제' 규정이다. 근로기준법 제58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외근이나 출장이 많아 노동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으로 법인 택시 노동자들은 실제 일한 시간만큼 노동시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액관리제 아래서도 대다수 택시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실적에 따른 보수가 기본급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노사 합의를 빌미로 하루 2~5시간의 지나치게 짧은 소정근로시간이 기본급을 책정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건강권 보장은 정부와 사업주의 의무다
하지만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미 법인 택시 차량에는 운행기록 장치가 내장돼 있다. 카카오택시 등 호출 플랫폼 서비스에서도 승객 호출을 수락한 시점에서 승차 및 하차 시점까지 운행 시간이 전부 기록된다.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간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는 실제 노동시간을 누락 또는 은폐함으로써 기본급을 최소화하려는 택시 사업주의 욕망을 뒷받침하려는 거짓 주장이다. 이들에겐 택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일했느냐'보다 '얼마를 벌었느냐'가 훨씬 지대한 관심사다.
또 관련 법 제도는 고정급을 계산하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것도 성과수당을 배분하는 방식도 전부 노사 합의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택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탄압과 회유가 반복·교차해 오면서 극단적인 노동 통제가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사도 여럿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사 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이나 성과급 배분 방식이 정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동안 택시 노동자들은 완전월급제 쟁취를 위해 부단히 투쟁해 왔다. 김재주 동지가 510일 고공농성으로 법인 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전액관리제 도입을 이끌었다. 명재형 동지는 356일 고공농성으로 택시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 이상으로 되도록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아래 택시발전법)을 개정했다.
월급제를 무력화하는 법 제도와 행정력의 공백,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택시 사업주들이 자행한 온갖 불법과 탈법에 맞서는 극한의 싸움 끝에 2019년 택시발전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 법은 서울시 2021년 1월, 타 지역은 2024년 8월 20일부터 도입 예정이었으나, 전국 시행을 코앞에 두고 국회가 이를 2년 유예했다.
이어 택시 업계의 경영난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월급제를 무력화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됐다. 소정근로시간을 주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제11조의2 특례 규정을 노사 합의 시 해당 사업장 면허 대수의 40%까지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3월 29일부터 고영기 택시지부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 분회장이 택시발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지역사무실 앞 20m 높이의 통신탑에서 고농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의 권리는 각종 예외 및 유예 조항으로 끝없이 지연되고, 사업주의 불법과 탈법은 묵인되는 이 부조리를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임용현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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