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사 절벽’ 앞에 선 검찰, 수사 인력 돌려막기
2026.04.06 05:01
법무부가 최근 소규모 지청 소속 검사 10여 명을 대규모 지청과 지방검찰청에 파견하기로 하고 인사 발령을 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특검과 각종 합동수사본부 등에 검사가 대거 파견 나가면서 일선 검찰청과 대규모 지청이 인력난에 부딪혔다. 이에 처리하지 못하는 민생 관련 미제 사건이 급증하자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 인력난 등 검찰이 한계 상황에 다다르자 사실상 ‘검사 돌려막기’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무부가 최근 파견했거나 곧 파견할 평검사는 11명이다. 대부분 소규모 지청에 근무하는 저연차 검사들이다. 법무부는 이들을 서울북부·수원·청주·부산지검과 천안·남양주·고양·안양·순천지청 등에 파견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과 부산지검에는 각각 2명씩, 나머지 지검·지청에는 각각 1명씩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천안지청에 파견된 검사 2명은 지난주 부임했고, 나머지 9명은 6일 자로 이동한다고 한다.
이번 검사 파견은 상대적으로 일손 부족이 심각한 검찰청과 지청에 집중됐다. 미제 사건 누적이 심각한 곳에 검사를 파견해 업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에서 3개월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은 2024년 1만8198건에서 지난해 3만7421건으로 1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한 명당 400~500건씩 미제를 떠안아 업무가 마비 수준에 가까운 주요 검찰청에 검사를 1명이라도 추가로 투입해 ‘급한 불’을 끄자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10곳의 근무 검사 인원은 지난달 기준 정원의 55% 수준이다.
파견되는 검사는 2022년과 2023년에 임용된 변호사시험 11회, 12회 출신이 대부분이다. 3~4년 차 저연차 검사들이다. 올해 2월 소속 지청으로 발령 난 지 두 달 만에 다시 다른 곳으로 파견 명령을 받은 검사도 있다. 이번 파견 대상에 포함된 한 검사는 “급하게 파견 통보를 받아서 관사에서 짐도 다 못 빼고 파견지로 이동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검사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경력 검사 임용 시점도 앞당기기로 했다. 경력 검사는 매년 8월 임용됐지만, 올해는 5월로 3개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경력 검사 인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일단 미제 누적이 심각한 지검·지청에 검사를 보충하고 이르면 6~7월 경력 검사도 미제 사건이 많은 지검에 우선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선 지검·지청의 인력난이 단기간에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번에 검사가 두 명 파견되면서 검사 17명이 근무하게 됐지만, 여전히 정원 3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춘천지검 속초지청의 경우 검사 3명의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 수준인데 그중 1명이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파견된다”며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형국으로 민망한 수준”이라고 했다. 검사 1명을 파견 보내는 속초지청 같은 경우 남은 평검사 2명이 나머지 일을 떠안아야 해 업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창원지검 밀양지청과 전주지검 정읍지청도 이번 파견으로 각각 평검사가 2명만 남게 됐다.
법조계에선 “정부·여당이 검찰청 폐지에 몰두하면서 민생 사건 처리 지연 문제는 등한시한 결과”라며 “결국 피해는 사건 피해자나 민원인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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