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 SDV ‘중앙 집중화’ 자동차 설계판 대전환… “1년의 개발 시간을 벌어라”
2026.04.06 08:00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현재의 자동차 아키텍처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하드웨어에 종속된 파편화된 제어기들을 하나로 묶는 ‘존 아키텍처(Zone Architecture)’만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마크 응(Mark Ng)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매니저와 롤랜드 스펄리히(Roland Sperlich) 부사장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벽으로 ‘복잡성’을 꼽았다. 인포테인먼트, ADAS, 파워트레인 등이 각기 다른 도메인으로 분리된 현재의 구조로는 테슬라와 같은 심리스한 OTA(무선 업데이트) 환경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도메인 기반의 한계와 ‘존 아키텍처’의 당위성
마크 응 매니저는 전통적인 도메인 아키텍처가 한계에 부딪힌 이유로 ‘소프트웨어 유지 관리의 난해함’을 들었다. 현재 완성차 업체(OEM)는 차량 모델과 트림별로 제각각인 수많은 전자제어장치(ECU)를 관리해야 한다. 각 ECU는 하드웨어에 종속된 전용 펌웨어를 실행하므로, 작은 기능 하나를 업데이트하려 해도 수많은 공급업체와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존 아키텍처’다.
마크 응 매니저는 “존 아키텍처는 소프트웨어 제어를 중앙화하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하부 하드웨어로부터 완전히 분리한다”며 “이를 통해 OEM은 하드웨어 변경 없이도 소프트웨어만으로 새 기능을 추가하고, 차량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솔루션을 비용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주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 ‘차량용 이더넷’이 만드는 디지털 백본과 경량화
연결 방식의 혁신도 뒤따른다. TI는 이더넷 연결을 차량의 주변 신경계인 ‘엣지 노드’까지 확장하는 ‘10BASE-T1S 이더넷 PHY(DP83TD555J-Q1)’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CAN이나 LIN 통신 방식은 엣지 노드 연결 시 프로토콜 변환 게이트웨이가 필수적이다. 이는 지연 시간과 처리 오버헤드를 유발했다. 하지만 TI의 신규 PHY는 고속 이더넷 백본에 직접 통합된다.
특히 단일 비차폐 연선(Twisted pair)으로 데이터와 전력을 동시에 공급하는 PoDL(Power over Data Line) 기술을 적용해 차량 내 배선 하네스의 무게와 복잡성, 시스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마크 응 매니저는 “많은 엣지 애플리케이션이 이더넷 MAC이 없는 저비용 MCU를 사용하는데, 우리 장치는 MAC을 내장하고 SPI를 통해 연결되므로 비용 상승 없이도 이더넷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TDA5 SoC, 레벨 1부터 3까지 단일 플랫폼으로 평정
롤랜드 스펄리히 부사장은 이러한 아키텍처를 구동할 ‘두뇌’인 TDA5 SoC 제품군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TDA5는 칩렛 아키텍처를 지원하여 10에서 최대 1,200 TOPS까지 성능을 확장할 수 있다.
스펄리히 부사장은 “OEM은 단일 아키텍처를 전체 차량 라인업에 적용해 자율화 수준에 따라 성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며 “이는 소프트웨어 재사용 비율을 높여 개발 비용을 낮출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기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개발 프로세스다. TI는 실물 하드웨어가 준비되기 전 가상 복제본에서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VDK(가상 개발 키트)’를 제공한다.
스펄리히 부사장은 “이를 통해 성능을 사전에 예측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전체 자동차 개발 주기를 최대 1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온디바이스 LLM과 사이버 보안의 완성
최근 화두인 생성형 AI(LLM) 대응력도 갖췄다. TDA5 SoC는 내부에 최신 C7 NPU와 대용량 온칩 계층형 RAM을 탑재했다. 외부 LPDDR5x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해 메모리 대역폭 병목 현상을 해결함으로써, 차량 내에서도 트랜스포머 기반의 신경망과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언어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
사이버 보안 역시 하드웨어 수준에서 강화됐다. 전용 HSM(하드웨어 보안 모듈) 프로세서와 양자 내성 암호(PQC) 기능을 갖춘 가속기를 통합해 외부 공격을 차단한다. 이는 ASIL-D 기능 안전 인증과 함께 유럽 사이버 복원력법(CRA) 등 최신 글로벌 보안 표준을 충족하는 기반이 된다.
TI가 제시한 존 아키텍처와 중앙 집중형 데이터 처리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26에서도 확인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AI-RAN’ 전략, 또한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GTC 2026에서 젠슨 황이 선언한 ‘AI 팩토리’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가 기지국의 기능을 소프트웨어화하고 GPU를 더해 성능을 58% 끌어올렸듯, TI는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화하고 TDA5와 이더넷 백본을 통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AI 서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무어의 법칙은 끝났고 애플리케이션 가속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듯이, TI 역시 하드웨어 제약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차량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진화하는 이동 경험’을 현실화하고 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젠슨 황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