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서산지청(지청장 조만래)은 최근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 기록 4건을 받았다. 4건은 모두 2021년 서산지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던 사건이다. 이 중 2건의 음주운전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할 수 없게 됐다. 보완수사요구 이후 5년 동안 방치된 결과다.
지난달 4일 서울 양천구 양강초등학교 스쿨존 일대에서 양천경찰서 소속 교통 경찰이 등굣길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서산지청은 경찰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사건 2건과 사기 사건 2건의 불송치기록을 송부받았다. 경찰에서 처벌이 어렵다고 결론 내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뜻이다. 2021년 검찰이 해당 사건들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한 지 5년여 만이다. 단순 음주운전의 경우 공소시효는 5년이다 보니 공소시효가 모두 지났다.
이 중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피하게 된 A씨는 2020년 10월 면허 취소 기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운전 중 적발됐다. 2021년 1월 서산지청은 경찰이 송치하면서 첨부한 A씨 블랙박스 영상의 시간이 실제 음주운전 적발 시간과 일치하지 않아 경위를 확인해달라고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또 다른 음주운전자 B씨에 대해서도 2021년 2월 서산지청은 참고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
2건의 사기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남아있긴 하지만, 범행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상 범인을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각 72만원과 4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사건이다. 온라인게임 계정을 양도받은 이후 약속한 돈을 주지 않거나, 휴대전화를 판매한다며 돈을 받아놓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방식의 사기인데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범죄 의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전산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공용 캐비넷에 기록을 보관했는데 담당자 실수로 이를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비닛을 정리하는 중 누락된 사건을 발견해 보고하고 불송치했다.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누락된 사건 총 4건을 찾았다”고 했다.
검사와 경찰의 상호협력을 규정한 수사준칙에 따르면 경찰은 검사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이행해야 한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3개월을 넘겼을 때 불이익이나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현장에선 3개월을 넘기는 경우가 다수”라며 “보완수사요구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거나 늦어지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5만2083건 중 이행 기간이 3개월을 넘긴 사건은 1만2256건으로, 전체의 23.5%에 달했다.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 이를 다시 송치하거나 불송치하기까지 3~6개월이 걸린 사건이 16.2%(8429건)이고, 6개월을 넘기거나 이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 7.3%(3827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를 하면 검찰청 사건번호에서 해당 사건이 빠지게 된다. 보완수사요구로 다시 경찰로 되돌아간 사건이나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불송치 사건은 검찰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완수사요구 이후엔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는 상황에선 실효성 있는 보완수사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보완수사마저 제한될 경우 1차 수사기관을 통제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