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조 스페이스X 상장 본궤도…머스크가 그린‘우주 밸류체인’[머스크의 우주쇼①]
2026.04.06 06:41
미국 IPO 최대 기록의 약 3배 예상
우주에서 이익 창출 가능해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본궤도에 올랐다. 몸값만 약 2600조원(1조7500억 달러)으로 추정되는 이 회사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 탐사의 영역에 머물던 우주가 본격적인 투자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주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넘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우주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쏠렸던 자본시장 역시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우주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이스X 상장 절차가 개시됐다고 지난 4월 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 초안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재무 상태를 공개하지 않고 상장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규제도 완화됐다. 나스닥은 5월부터 나스닥100지수 편입 기간을 IPO 후 3개월에서 15일로 단축한다. 상장사의 전체 주식 최소 10%는 유통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폐지했다.
앞서 머스크는 자신의 55세 생일과 희귀한 행성 정렬 시기가 겹치는 6월에 IPO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 상장은 자본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운 IPO 자금조달 최대 기록(290억 달러)을 단숨에 깨고 나스닥 6위 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우주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막대한 투자 비용에 비해 오랜 시간 이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로 흑자를 내고 우주로 가는 위성 운송 시장 접수에 나서면서 후발주자들의 진입도 빨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관련 기업 19곳의 시가총액은 1년 새 약 450억 달러에서 1310억 달러로 불어나며 3배 가까이 커졌다.
우주산업은 더 이상 꿈만 팔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150억~160억 달러,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80억 달러 안팎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분기 처음 흑자전환한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고수익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머스크의 우주 : 로켓·위성·데이터센터
스페이스X의 주력 사업은 현재 두 가지다. 우주에 위성이나 사람을 운반하는 ‘발사체(로켓)’ 사업과 현금 창출원인 ‘저궤도 위성 사업(스타링크)’이다. 우주로 가는 길목을 터야 위성이나 물건을 나르고 사람을 이동시키며 새로운 공간으로의 혁신이 가능하다. 팰컨9, 팰컨헤비, 스타십 등 재사용 가능한 스페이스X의 로켓은 우주로 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우주 경제의 포문을 열었다.
2025년 우주로 날아간 발사체 중 절반 이상이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이었다. 발사 횟수가 아니라 우주로 올라간 화물의 무게로 따지면 스페이스X의 점유율은 전 세계의 80%를 넘는다. 로켓은 자동차처럼 크기가 모두 다르다. 작은 로켓 10번보다 대형 로켓 1번이 훨씬 많은 화물을 나른다. 탑재 질량이 실질적인 시장 지배력의 척도가 되는 이유다.
발사 시장 장악은 곧 우주 패권을 쥐는 힘이 됐다.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은 위성이나 화물, 우주비행사 수송까지 스페이스X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다.
기술을 통한 주권 확립은 머스크의 특기다. 머스크는 자신이 보유한 기업들을 연결해 우주 영토를 더 넓히고 있다. 발사체와 위성을 장악한데 이어 데이터센터와 AI까지 우주로 올린다는 구상을 세웠다.
AI 열풍으로 지구 내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전력이 부족해지자 이를 지구 밖에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향후 2~3년 내 AI 컴퓨팅을 가장 저렴하게 구현하는 방법은 우주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4시간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고 별도의 냉각 설비 없이도 열을 방출할 수 있는 우주야말로 대규모 AI 연산의 최적지라는 판단이다.
우주데이터센터 가능한 유일 기업
특히 지난 2월 머스크가 운영하는 AI 기업 ‘xAI’와의 합병은 ‘우주데이터센터’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로켓으로 장비를 실어 나르고, 위성으로 네트워크를 깔고, 그 위에서 AI 모델을 돌리는 구조다. 머스크는 이를 위해 반도체까지 직접 생산하겠다고 했다.
‘테라팹(Terafab)’이라는 이름의 반도체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했는데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테라팹을 공동 운영하고, 팹은 두 회사가 사용할 1테라와트(TW) 규모 컴퓨팅 전력을 지원하는 전용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만들어내는 칩의 50배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차량,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에 탑재될 ‘지상용 칩’과 스페이스X와 우주데이터센터 등에서 활용할 ‘우주용 고전력 칩’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가 테라팹 구상을 공개한 뒤인 지난해 11월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 구축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엔지니어링과 과학, 예술적 숙련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주용 반도체를 위한 경쟁도 시작됐다. 엔비디아는 연례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우주데이터센터용 AI 시스템 ‘스페이스 원 베라 루빈 모듈’을 공개했다. 우주가 AI 인프라의 다음 전장이 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그 판을 먼저 깔고 실행할 수 있는 수직 통합 구조를 갖춘 기업은 지금으로선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박준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는 우주데이터센터를 자체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발사체 제조·운용, 위성 대량 생산, 군집 운용 노하우를 모두 갖춘 데다 올해 2월 xAI 합병으로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AI 모델까지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요부터 공급까지 전 밸류체인을 자체 보유한 만큼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스페이스X의 성장성에는 동의하지만 xAI 인수로 떠안은 손실과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xAI는 지난해 손실이 13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성형 AI 열풍 초기에는 선점 경쟁이 투자 판단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막대한 전력비와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먼저 따지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우주데이터센터 구상에 대해 기술적 가능성 자체보다 경제성에 더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조사업체 에비드싱크(AvidThink)의 창업자 로이 추아는 “우주데이터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바다 밑 데이터센터보다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냉각 방식이 아직 불확실한 데다 발사 비용이 높고 방사선 등 극한 환경이 AI 칩에 미칠 영향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위성·통신 전문 분석가인 TMF어소시에이츠의 팀 파라도 “문제는 작동 여부가 아니라 경제성이 있느냐”라며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싸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