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엔 '랑데부 프랑스' 같은 관광 이벤트 없나 [기자의 눈]
2026.04.06 06:15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중앙·지방·민간이 '원팀'으로 뭉쳐야
(니스(프랑스)=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올해 한국 관광은 '외래객 2000만 명'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등 굵직한 호재 속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관광공사 사장까지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비며 'K-관광 로드쇼'의 선봉에 서고 있다. 장관과 사장이 직접 발로 뛰며 화려한 영상으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범국가적 세일즈는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프랑스 니스에서 목격한 '랑데부 프랑스 2026'(Rendez-vous en France)의 풍경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전 세계 여행업계 결정권자들을 우리 땅으로 불러들이는 '안마당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고 늘 밖으로만 도는가.
한국의 인바운드(방한 관광) 정책은 여전히 '밖'에 매몰되어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 주요 도시를 돌며 한국을 알리는 데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전 세계 큰손들을 우리 소도시 구석구석으로 불러 모으는 비즈니스 설계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는 전 세계 글로벌 상품 기획자들을 프랑스 본토로 불러들인다.
매년 개최 도시를 바꿔가며 니스, 리옹, 툴루즈 등 프랑스 전역을 그들의 발아래 펼쳐 놓는다. 영상이 담지 못하는 '현장의 힘'을 직접 확인시키고 이들이 기꺼이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프랑스를 찾게 만드는 이 정교한 설계는 프랑스 관광이 세계 1위를 지키는 진짜 저력이다.
특히 프랑스의 마이스(MICE) 전략은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이들의 연회장은 흔한 호텔 대연회장이나 컨벤션 홀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 기차역이었던 니스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가르 뒤 쉬드'(Gare du Sud)를 통대관해 현지의 맛과 멋을 체험하게 하고, 파리에서는 '바토무슈' 유람선이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툴루즈에서는 활기 넘치는 '빅토르 휘고 시장' 자체가 저녁 행사의 무대가 된다.
이번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의 말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국관광에선 이런 대형 비즈니스 행사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국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품을 직접 짤 수 있는 이런 장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백은 현행 홍보 방식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다.
사실 한국 관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여행상품'의 확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기획 상품들이 시장에 먼저 자리를 잡아야, 이를 바탕으로 인프라가 구축되고 향후 개별여행(FIT) 시장까지 탄탄하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따라오지 않는 홍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혜원 프랑스관광청 한국지사장 대행이 "직접 보고 느낀 것만이 진정한 상품이 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한국에선 이런 행사가 불가능할까. 그 답은 견고한 '지자체 칸막이'와 실리 없는 행정에 있다. 프랑스는 중앙과 지방, 민간이 철저히 '수익 모델'로 뭉친 '원팀'(One Team)으로 움직이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파트너의 투자가 끊기는 냉정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각 지역의 인프라를 하나의 비즈니스 장으로 엮어낼 통합 시스템이 부족하고 각자의 홍보 실적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제 우리도 '해외에 나가서 알리는 관광'의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관과 사장이 선봉에 서는 로드쇼의 열기를 국내 소도시로 끌어들여, 전 세계 기획자들이 제 발로 한국을 찾게 만드는 '경험의 비즈니스'를 설계해야 한다. 니스에서 확인한 이틀간 2만 8465건의 미팅은 화려한 영상이 아닌, 치밀하게 설계된 '수익형 시스템'의 본보기였다. 언제까지 우리는 남의 집 잔치를 부러워하며 밖으로만 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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