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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방산 팔고 삼성전자 1100억 샀다... 위기 속 ‘기초체력’ 베팅한 스마트 머니

2026.04.05 09:46

35조 던졌던 외국인도 매수 전환 조짐, 중동 위기 속 큰손들의 ‘반도체 베팅’

지난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국내 증시도 출렁였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5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의 계산은 달랐다.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들은 반짝 급등한 방산·원전주를 팔고, 그 돈으로 삼성전자만 11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짐을 싸던 외국인 역시 1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자 다시 주식을 담기 시작했다. 대외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시장의 거대 자금은 결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 위기 속 차익 실현… 큰손과 외국인의 ‘반도체 베팅’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들은 지정학적 위기를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로 삼았다. 5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달 이란 전쟁 와중에 두산에너빌리티(-24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4억원) 등 원전과 방산주를 대거 순매도했다. 중동 사태로 관련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발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확보한 현금은 고스란히 반도체로 향했다. 지난 3월 고액 자산가들의 순매수 1, 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 달 동안 1143억원어치를 사들여 1~2월 순매수 합산액(1560억원)에 육박하는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도 325억원 순매수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라는 산업적 배경도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거세게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흐름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무려 35조7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내 외국인 비중은 연중 최저치인 36.2%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매도세가 약화하며 12거래일 만에 순매수(3일 기준 8040억원)로 전환하는 등 복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주가가 기업 실적 대비 바닥권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마다 외국인들이 결국 순매수로 돌아섰던 전례를 고려할 때, 현재의 매도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엇갈리는 실적 전망, 반전의 열쇠는 ‘삼성전자’

전쟁의 여파는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를 명확히 갈라놓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직전 대비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락한 곳은 제주항공(-59.8%)이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항공 비용 부담이 커지며 여행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반면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6.0%)과 에쓰오일(6.1%) 등은 정제 마진 개선 기대감에 실적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 상사 등의 고유가 수혜 업종이 시장의 방어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가 가장 크게 뛴 곳은 단연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여 만에 각각 10.9%, 9.5% 상향 조정됐다.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T 수요 회복과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펀더멘털 개선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탓이다.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대외 변수보다는 펀더멘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정학적 불안 상황에서도 견조한 3월 수출을 확인했다”며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등을 통해 펀더멘털로 시선이 이동할 때 증시의 회복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엇갈린 투자 성적표… 기관은 선방, 일반 개인은 타격

스마트 머니의 발 빠른 대처와 달리,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6.2%)을 7%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해 자금을 투입했지만, 주가가 추가로 더 하락하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방산주와 인버스 등에 투자하며 수익률을 일정 부분 방어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7.8%였고, 기관 투자자는 3.84%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대다수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하는 우량주에 정면으로 맞서다 손실을 떠안은 반면, 기관은 시장 상황에 맞춘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하락장을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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