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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 4명이 제자…‘만점 택시’ 기사님의 깜짝 정체

2026.04.05 16:57

퇴직 이후 개인 택시를 시작한 최재일 광남고 전 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26.03.31.

" 운 좋게 수능 만점자 4명 배출한 학교 교장을 지냈습니다. 택시 손님들께도 그런 ‘행복 만점’, ‘인생 만점’의 기운을 나누고 싶어요. "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재일 전 광남고(서울 광진구) 교장의 말이다.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그는 1988년 수학 교사를 시작으로 교감·교장, 교육지원청 국장 등을 역임했다. 각종 교육 업체들로부터 재취업 제안도 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개인택시 기사였다.

최 전 교장은 “학교에서 일할 때와 비슷한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으론 택시 기사가 최고라고 생각했다”며 “퇴임 2년 전 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작년 개인택시 면허 교육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 교장, 교사들에게 폐 끼치는 선배가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학교 근처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로 변신한 그의 일과는 교장 시절처럼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아침 운동, 식사를 마치고 6시면 운전대를 잡고 서울 전역을 누비기 시작한다. 그는 “오후 4시 전엔 집으로 돌아와 텃밭을 가꾸거나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일 전 광남고 교장이 재직 시절 남은 명함을 활용해 ‘만점택시’ 명함을 만들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그는 “손님들에게 전부 명함을 드리지는 않고 운행하다 이야기가 나오면 만점택시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끔 보여드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 전 교장은 자신의 택시에 ‘만점택시’란 별명을 붙였다. 광남고 교장 재직 당시인 2025·2026학년도 연속 수능 만점자가 나온 데서 아이디어를 냈다. 교감일 때도 2명의 만점자가 있었다. 특히 2025학년도 만점자는 당시 전국에서 유일한 일반고 출신이었다. 서울 강남·목동 등 '교육특구'에 있지 않은 일반고에선 매우 드문 이이라서 교육계에선 ‘일반고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한 달 가까이 도로를 누비는 사이 학교에선 만날 수 없던 다양한 손님들을 만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등교하는 고3 수험생이었다고 했다. 최 전 교장은 “학생에게 만점택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응원하니 ‘큰 힘이 된다’고 해 뿌듯했다”며 “수능 당일엔 수험생들을 시험장까지 태워주는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생들을 승객으로 맞이할 때면 제자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최 전 교장은 2026학년도 만점자 왕정건(서울대 의대 진학)씨에 대해 “수능 다음 날도 책을 읽으며 등교할 만큼 독서를 좋아하고 인성까지 훌륭한 학생”이라고 전했다. 이어 “(왕씨가) 1학년 때 함께 백두산 탐방을 갔는데 주변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퇴직 이후 개인 택시를 시작한 최재일 광남고 전 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26.03.31.

광남고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7명, 9명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뛰어난 입시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최 전 교장은 광남고의 비결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꼽았다. 그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기계적인 문제풀이보다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교장은 재직 당시 학생들이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급식실을 신설해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260석 규모 자율학습실을 꾸려 자정까지 운영했다. 지난해엔 대학 도서관처럼 자유롭게 토론하며 공부할 수 있는 오픈형 학습 라운지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구청장이나 시의원을 찾아가 예산 지원을 호소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교장은 교육자에 머물 수 없다. 비즈니스맨이 돼야 한다”며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영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학 교사 출신인 그는 ‘수포자’(수학 학습을 포기한 학생)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선 “점수 경쟁에 매몰돼 학생들이 수학 개념을 둘러싼 배경 이야기나 다양한 풀이 방법을 탐구할 기회를 잃고 있다”며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나 길 위에서 또 다른 세상 공부를 시작했다는 최 전 교장은 “이제 시민들을 각자 소중한 일상의 목적지로 모시는 안내자가 됐다”며 “만점택시에 탄 모든 분이 ‘인생 만점’의 기운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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