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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나프타 쇼크’ 건설현장 비상… 공사비 갈등 도미노 우려

2026.04.06 02:05

핵심 자재값 급등에 곳곳 경고음

현대건설, 서울 마천4구역 76% 등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 증액 요청
자재값 10~40% 인상 예정 통보도
전쟁 장기화땐 주택 등 공급 차질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구축 아파트를 산 직장인 이모(30)씨는 올여름 이사를 앞두고 지난 4일 인테리어 상담을 갔다가 중동 전쟁의 여파를 피부로 느꼈다. 이달부터 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인테리어 비용이 10~15% 오를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아서다. 이씨는 “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서 일부 자재는 인테리어 중에 조달이 안 돼 공정이 밀리거나 멈출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매매하면서 큰돈을 썼는데 인테리어 비용까지 오른다고 하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건설·인테리어 현장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납기 지연,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테리어에 쓰이는 창호, 배관, 바닥재, 단열재, 필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틸렌은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어진다. 봄 이사철을 맞아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던 이씨와 같은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소식에 한숨이 깊어졌다.


페인트업계는 이달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했었다. 페인트 역시 나프타가 주원료다. 다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페인트업계는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인상 폭을 축소했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보통은 재고를 어느 정도 확보해놓기 때문에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져 4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5월부터는 수급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테리어뿐 아니라 건설 현장까지 문제가 된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선 공정 지연, 공사비 인상 등이 현실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레미콘 혼화제,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접착제, 방수재, 도료 등 여러 부자재 수급에 애로가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마감 공정도 지연되고 있다”며 “아스팔트 수급 문제로 도로포장이 불가능해져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 지난 2024년 초 공사중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해 6월 공사가 재개됐지만 최근 시공을 맡고 있는 현대건설이 조합에 공사비 원가 상승 및 공기지연 보고 공문을 보냈다. 국민일보DB

최근 현대건설은 정비사업장 조합들에 공문을 보내고 “자재 협력사가 주요 자재 가격을 일제히 10~40% 수준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1일엔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도급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75.6%)으로 증액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도 은평구 대조 1구역과 강서구 등촌1구역 정비사업조합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사비가 오른 현장들에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던 상황이었고, 중동 전쟁 리스크가 겹친 것”이라며 “외장재, 페인트 등의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알린 것이지 저희가 가격을 40% 올리겠다고 공문을 보낸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우상향하던 공사비가 중동 전쟁까지 겹치며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월 133.69(잠정)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구매 가격과 직결되는 환율도 높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3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 같은 분쟁이 여러 현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은 개별 현장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진 차질과 주택공급 일정 지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등 공공 인프라 사업의 공사비 재협상 요구로까지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정부의 원자재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물량이 있어도 풀지 않고,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판단하고 정부에서 원자재 수급을 관리하고, 현장에서도 유연하게 설계 변경 등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날 건설 분야별 협회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건설산업 영향을 점검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재 수급부터 공사비, 금융까지 건설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면밀히 관리해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때”라며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의 일상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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