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이 더 서러운 사람들…"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
2026.04.05 15:37
아파도 쉬지 못하고 산재 위험 노출
노동계 "근기법 단계적 확대해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법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탓이다.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노동단체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 제도개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분기별로 실시한 노동자 설문조사를 종합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는 전체 노동자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설문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응답자 중 '유급 연차휴가를 원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1%였다. 같은 응답이 2023년
1분기 54.7%였던 것과 비교하면 연차휴가 사용 자율성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300인 이상 대기업은 82.7%, 전체 노동자 평균은 68.1%였다.
가족들과 휴일을 즐길 수 있는 빨간날(명절, 공휴일, 대체휴일)에도 쉴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올 1분기 기준 '빨간날을 유급으로 쉴 수 있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 44.0%, 300인 이상 사업장 81.3%, 전체 노동자 평균 68.6%였다. 같은 기간 '아프면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 35.4%, 300인 이상 69.8%, 전체 노동자 평균 57.6%였다.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약 10명 중 7명은 아파도 일을 해야 하거나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 쉬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당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유급 연차휴가도, 공휴일 유급 휴가도 의무가 아니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상대적으로 약하게 적용된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위험에도 노출됐다. 고용노동부가 1일 발표한 '2025년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605명으로 전년 589명 대비 16명(2.7%) 증가했다. 202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산재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숫자는 174명으로 한 해 전과 비교해 22명(14.5%) 늘어났다.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도 검토해야"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현재도 국회에는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법안이 7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이용우, 김태선 의원 등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핵심 내용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 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초단시간 근로자(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미만)에 대한 유급휴일, 연차유급휴가 적용 배제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모두 재정력이 약한 소규모 사업장인 만큼 근로기준법을 모두 적용하면 존폐 위기에 놓인다는 우려도 거세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생 1, 2명을 고용하는 동네 삼겹살집에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각종 유급휴가나 수당을 모두 챙겨주긴 어렵다는 반발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영세 사업주들의 반발을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방치된 노동자들의 보호조치를 뒤로 미뤄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앞서 단계적 확대 적용을 시작하자는 대안 요구도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개정이다. 이 조항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예외적 보호 조치들이 규정됐다.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유급 휴일 및 휴가 제공 등의 항목만 추가해도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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