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물 1점도 없는 ‘석동유적전시관’…가야 유적지에 무슨 일이
2026.04.05 18:32
“전시하는 유물이 단 한개도 없으면서 우찌 뻔뻔하거로 유적전시관이라고 이름을 달았으꼬.”
지난 3일 석동유적전시관을 찾은 윤수정(창원시 진해구)씨가 “괜히 왔다. 퍼뜩 나가자”며 일행 조윤희씨 손을 끌었다. 조씨도 “시간만 배맀다(버렸다). 벚꽃이나 보러 가자”며 인상을 찌푸렸다.
석동유적전시관을 관리하는 직원조차 “방문객마다 ‘왜 유물이 하나도 없냐’고 묻는데, 우리도 할 말이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 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 가야 유적지 현장에 문을 연 석동유적전시관이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석동 가야유적은 창원시 성산구 천선동과 진해구 석동을 연결하는 석동터널(1.96㎞)과 접속도로를 건설하다가 발견됐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0년 초 석동터널의 석동 쪽 접속도로와 석동나들목 예정지에서 유적이 발견되자, 사업시행자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전문기관에 발굴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발굴된 가야 유적 가운데 최대 규모 유적인 것으로 확인됐고, 유물 역시 발굴을 의뢰한 쪽과 발굴을 하는 쪽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양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국가유산청에 제출된 ‘창원 석동 복합유적’ 발굴조사 보고서를 보면, 무덤 1496기, 주거지 177동과 건물 32동, 유물 1만1221점이 발굴됐다. 전체적으로 2천기 이상 무덤이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군 규모는 삼국시대 통틀어 가장 크다. 납작하게 두드려서 만든 쇳덩이(철정)도 1826점이나 나왔는데, 금관가야권 전체 출토 수량과 비슷하다. 집·새 모양 등 왜를 포함한 여러 지역 다양한 형식의 토기도 쏟아져 나왔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무덤·주거지·창고 구역을 체계적으로 갖춘 4~7세기 복합유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이곳은 진해만 일원을 대표하는 거점 취락으로, 바다를 통해 교역하던 집단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계는 전문가검토회의 등을 거쳐 “삼국시대 진해 지역 최고 중심지로서 당시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인 만큼, 중심구역 보존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기 바란다”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문화재를 피하려고 도로 선형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미 600여억원을 들여 터널 구간을 완성했고, 여기에 맞춰 여러 도로를 건설했거나 건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터널 출입구가 유적지보다 30m 아래에 있어, 유적지를 완전히 파헤쳐야 터널과 진입도로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유적지를 관통해 도로를 건설하되, 2024년 완공 이후 현장에 전시관을 세워 창원시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 3일 전시관을 방문했더니, 유적에서 출토된 집 모양 토기를 확대해 만든 모형이 전시관 들머리에 세워져 있었다. 당시 바닷가에 살던 가야인들의 창고를 본뜬 것으로 추정되는데, 석동에서 발굴된 대표적 토기이다. 하지만 29억원을 들여 세운 전시관에는 유물이 단 1점도 없었다. 바닥에는 발굴한 무덤 3기의 복원품과 마을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고, 벽면에는 유적 안내판 몇장과 유물 사진만 걸려 있었다. 안내판 설명도 시대를 ‘4~6세기’ ‘4~7세기’, 출토 유물을 ‘총 7606점’ ‘10000여점’이라고 하는 등 뒤죽박죽이었다. 게다가 2024년 2월 제2안민터널에서 석동터널로 터널 이름이 바뀌었는데, 안내판에는 두 이름이 뒤섞여 있어 관람객의 혼란을 부추겼다.
발굴조사 책임자였던 최경규 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현재 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발굴 유물을 임시보관하고 있다. 모든 유물은 올해 연말까지 국가에 귀속될 예정이며, 귀속처는 국립김해박물관이다. 이후 창원시가 협의를 거쳐 일부 유물이라도 가져오면 좋겠는데, 석동유적전시관은 수장고 등 시설이 없어 유물을 전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영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장은 “전시 유물이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곳은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아닌 유적을 기념하고 널리 알리는 시설이다. 만약 시민들이 원한다면, 전문가 조언을 받아 대표 유물을 복원해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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