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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란봉투법 ‘사용자성’ 인정된 공공기관들, 교섭 모범 보이길

2026.04.05 18:15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를 마친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공공부문에서 의미 있는 첫 판정이 나왔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공공기관 하청노조 4곳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심판에서 공공기관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노동계가 주장해온 ‘실질적 지배력’ 원칙이 행정당국의 판단을 통해 구현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앞서 4개 공공기관 하청노조가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조차 하지 않았던 기관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달 13일 공공연대노조가 시정 신청을 제기했고, 충남지노위는 “용역계약서와 업무일지 등을 확인한 결과, 각 공공기관이 하청근로자들의 안전 관리, 인력 배치 등에서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해당 기관들은 성실하게 교섭에 응해야 한다. 공공기관부터 전향적 태도로 교섭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경영계는 이번 판정에 대해 ‘교섭 폭증’ ‘현장 혼란’ 운운하며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원·하청 간 사용자성 판단 요구가 빗발쳐 산업현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터무니없는 침소봉대다. 노란봉투법은 없는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동안 산업계가 하청·재하청으로 노동을 파편화하며 책임을 회피해온 결과, 심각한 상황에 이른 원·하청 갈등을 대화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법 시행 초기 교섭요구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곤 해도, 원청이 교섭에 성실히 임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경영계는 과도한 불안만 조장할 게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을 당당한 교섭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현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번 지노위 판정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법 안착을 위한 모범 사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섭을 게을리하고 꼼수로 대응하는 공공기관에는 정부가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해온 정부가 공공부문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길을 열면 노란봉투법이 제시한 노사 상생의 새로운 질서가 조기에 뿌리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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