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수조원짜리 초대형 공연장…‘수익성’ 계산 안중에 없는 지자체
2026.04.05 22:58
전국 지자체 건립 경쟁
관객 유입·상권 활성화 기대
서울·인천·고양·하남 등
대형 아레나 건설 잇따라 추진
과잉 경쟁 따른 수익 악화 예고
관객 유입·상권 활성화 기대
서울·인천·고양·하남 등
대형 아레나 건설 잇따라 추진
과잉 경쟁 따른 수익 악화 예고
5일 전국 지자체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인천, 고양, 하남, 광명, 부산, 천안 등에서 아레나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서울 도봉구 창동에 2만80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가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50%를 넘어섰다. 아레나는 공연장과 문화·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단지 형태로 건립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영종국제도시를 중심으로 7만석 규모의 초대형 아레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공연시설과 연계해 4800실 규모의 숙박시설도 함께 조성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공항과 인접한 입지를 내세워 글로벌 공연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경기 고양시서는 한때 좌초 위기에 놓였던 K컬처밸리 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 2만석 규모의 아레나를 포함한 복합개발 사업으로, CJ라이브시티와 계약이 해지된 이후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안전 정밀 점검 등의 영향으로 기본협약 체결 시점이 올해 12월로 연기되면서 아레나 완공 시기도 2030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부산시는 부산남고 이전 용지에 약 2만석 규모의 ‘영도 K팝 아레나’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e스포츠와 글로벌 컨벤션 기능을 결합한 복합시설로, 영도가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K팝 공연 인프라 확충’을 위해 5만석 규모의 스포츠·공연 복합 돔구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지자체 간 유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후보지 공모를 계획 중이다.
이와 맞물려 경기 광명시는 ‘광명 K아레나’를 유치하기 위해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내 약 18만㎡ 용지에 5만석 규모 돔형 아레나와 호텔, 컨벤션, 체육시설을 포함한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하남시도 ‘K스타월드’ 조성 사업과 연계해 대형 공연장 유치를 추진 중이다. 미사동 일대 118만㎡ 용지에 공연장과 영상문화 복합단지, 테마파크,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34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에서도 충북 오송과 충남 천안아산역 일대가 돔구장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쟁 구도가 점차 넓혀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아레나 건립 및 유치에 나서는 것은 공연 산업의 경제적 파급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팝 공연은 세계적으로도 단순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 소비와 관광을 견인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고양시는 지난해 고양종합운동장을 내세워 대형 공연을 잇달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76만명의 관람객이 고양시를 찾았고, 관련 수익은 109억원에 달한다. 세븐틴 월드투어 당시 고양 대화역 상권 카드 매출이 평소 주말 대비 58.1% 증가했고, 방문 생활인구도 17.2% 늘었다. 공연 하나가 지역 상권을 견인하는 경제 효과를 보여준 셈이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당시 일대 백화점과 대형 유통 업체 매출이 최대 40% 증가하는 등 공연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대형 아레나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장은 건설보다 운영 단계에서의 가동률 확보가 핵심인데, 현재 계획대로라면 공연 수요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너지보다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차원의 수요 분석과 입지 조정 없이 지자체 간 경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원하는 공연이 있을 때만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정이 없을 때는 시설이 비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업비 부담도 변수다. 대형 아레나는 용지 조성과 기반시설 구축, 상업시설 결합까지 포함하면 수조 원대 투자가 필요하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 부담이 지자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차재권 국립부경대 교수는 “사업성 검토 없이 전시성 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과 같이 입지 적정성과 교통 대책 등 종합적인 검토 없이 선거 공약처럼 제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헌·이대현·김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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