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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의 AX시대의 고객경험] 〈9〉 AI는 행동하고 인간은 선택한다

2026.04.05 16:01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며 언어적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방향은 또 다시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핵심은 '말하는 AI'를 넘어 '행동하는 AI'다. 즉, 인간의 지시를 받아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고도화가 아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권한을 AI에게 위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고객 경험과 마케팅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전환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흐름으로, 최근 앤트로픽의 클로드 기반 '코워크' 기능이나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실행형 에이전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용자의 작업환경 안으로 들어와 로컬 파일을 읽고, 프로젝트 구조를 이해하며, 업무를 단계적으로 나눠 실제로 수행한다. 기존 챗봇이 하나의 창 안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 AI는 그 경계를 넘어 '디지털 동료'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 명확한 표준으로 자리 잡은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이 흐름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단순히 답을 생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권한을 기반으로 실제 일을 대신 수행하는 '행동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AI가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권한은 고객 경험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의 고객 여정은 브랜드가 설계한 경로 위에서 이뤄졌다. 사용자는 검색을 하고, 사이트에 들어가고, 콘텐츠를 탐색하고, 비교하고, 선택했다. 이 모든 과정은 브랜드가 만든 UI와 UX 위에서 작동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개입하는 순간 이 구조는 무너진다. AI는 사용자를 대신해 수많은 서비스를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를 끝낸 뒤 결과만을 제시한다. 고객은 더 이상 '과정'을 경험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업은 더 보기 좋은 화면, 더 편리한 인터페이스,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경험을 통해 경쟁해왔다. 그러나 에이전트에게 UI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AI는 디자인을 소비하지 않고, 카피에 감동하지 않으며, 배너를 클릭하지 않는다. 오직 구조화된 데이터와 실행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결국 브랜드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한다.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AI에게 '정확하게 읽히는 것'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정보는 더 명확하게 구조화돼야 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왜곡 없이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보안과 신뢰의 문제다. 클로드코워크와 오픈클로가 보여주듯, AI가 사용자의 권한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 지점에서 보안은 더 이상 기술 부서의 백엔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핵심가치이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 속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관리하는 브랜드는 강력한 신뢰를 획득한다. 반대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아무리 좋은 경험을 제공하더라도 선택에서 배제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전환(AX)시대 고객 경험은 두 개의 층위로 분리된다. 하나는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대행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직접 느끼는 '경험의 영역'이다. 대행의 영역에서 브랜드는 인프라가 된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지, 얼마나 매끄럽게 결제와 실행이 이루어지는지가 핵심이다. 에이전트가 중단 없이 프로세스를 완료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적 친절함이 곧 새로운 고객경험이다. 반면에 경험의 영역은 더 중요해진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될수록 인간은 선택의 순간에 감정적 확신을 원한다. AI가 정리해준 옵션들 사이에서 최종 선택을 내릴 때, 사람은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을 따른다.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제시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서적 연결을 만드는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에이전트 시대는 브랜드의 감성적 힘을 더욱 강화시킨다. 효율이 극대화될수록, 인간은 비효율적인 이유로 선택을 정당화한다. 'AI가 추천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브랜드는 나와 맞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브랜드다.

따라서 앞으로 마케팅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진화해야 한다. 하나는 에이전트가 쉽게 접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공감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감성적 서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자가 없다면 선택의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후자가 없다면 최종 선택에서 밀려난다.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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