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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의 하늘길을 찾아서

2026.04.03 10:26

도요 덕후의 끈질긴 추적기
▲ 큰뒷부리도요의 놀라운 비행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큰뒷부리도요(W4BBRW)의 전체 이동경로(출처 www.globalflywaynetwork.org)
ⓒ globalflywaynetwork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3만 km를 이동하는 위대한 여행자다.

뉴질랜드 -> 서해 갯벌 1만km 논스톱 비행
서해 갯벌-> 알래스카 7천km 논스톱 비행
알래스카 -> 뉴질랜드 1만 3천km 논스톱 비행

(경로는 조금씩 다르며, 호주나 파푸아뉴기니에서 출발하는 무리도 있다. 북한이나 중국 쪽 갯벌에 기착하기도 한다.)

3월말~4월초는 뉴질랜드에서 출발하여 북상하는 기간이다. 뉴질랜드에서 논스톱으로 7-8일간 날아와서 몸무게가 40% 빠진 상태로 서해 갯벌에 도착한다. 한 달~한 달 반 정도 먹이 활동을 하여 다시 체력을 회복한 뒤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날아간다.

큰뒷부리도요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경로가 보존되어야 한다. 도요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온 지구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핵심 기착지가 사라져 도요새들이 말 그대로 '아사'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포근한 갯벌을 기대하며 내려앉았는데 황폐화된 뻘을 보고 황망했을 도요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많이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남은 갯벌에 도요새들이 찾아온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갯벌 중 하나인 수라갯벌에, 필요도 없는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설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난 2025년에 역사적인 승소로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1심에서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큰뒷부리도요가 법을 구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큰뒷부리도요를 '쿠아카'(Kūaka)라고 부르고, 알래스카의 유픽족은 '추헤르팍'(Cugerpak)이라 부른다. 전북 연안 주민들은 '쫑쨍이'라고 불러왔다.

큰뒷부리도요를 덕질하는 못말리는 친구들이 올해 뉴질랜드 황아누이강에서 출발하는 큰뒷부리도요 환송식을 참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새만금갯벌에서 맞이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가기 전까지 떨렸다고 한다. 연대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데, 분위기 썰렁하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황아누이에서 맞이해준 키위(뉴질랜드인을 부르는 말)의 첫 마디는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해요"(Welcome back home)라는 상상도 못한 따뜻한 말이었다. 감동으로 눈물이 터진 것은 물론이다.

'AJD'라는 가락지를 단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똑같은 날에 출발하고 똑같은 날에 도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늦게 출발한 해가 있었는데, 그 해는 윤년이었다고. 그래서 황아누이에서 사람들은 AJD가 떠나는 날과 돌아오는 날에 맞추어 의식을 치른다. 올해 한국에서 군산평화박물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옥봉생태평화센터, 팽나무도요새클럽에서 황아누이쿠아카공동체와 함께 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다.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출발해서 서해 갯벌로 도착하는, 이왕이면 황아누이강을 출발해서 우리가 새만금신공항으로부터 지켜내려고 하는 수라갯벌로 도착하는 큰뒷부리도요의 여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면, 매일매일 오늘 북반구의 여기쯤 오고 있구나 하고 응원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며, 추적 방법을 문의했다.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 Nial Moores 박사님에게 혹시 도요 추적 정보를 어디서 알 수 있냐고 여쭤보았다(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도요 위치 추적 정보를 전세계에서 공동으로 모으는 플랫폼 같은 게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었다). 무어스 박사님은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며, 호주나 뉴질랜드 연구자들을 찾는 것이냐, 그들한테 연구 자료 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이냐고 되물으셨다. 나는 연구자들도 좋고 데이터 자체도 좋으니 아는 거 아무거나 다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큰뒷부리도요의 세계적 연구자이며 2006~2008년에 새만금 조사도 직접 참여하셨던 그로닝겐 대학의 제스 콘클린 박사님을 소개시켜주셨다. 내가 황아누이에서 수라갯벌로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의 실시간 정보를 혹시 알 수 있겠냐고 여쭤봤더니, 콘클린 박사님도 처음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돌이켜보니 정말 심각한 우문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황아누이에서 출발하는 개체들 중 콘클린 박사님 팀이 추적하는 개체들도 있지만, 워낙 소수라 그들이 서해 갯벌로 가는지는 확인이 안 되는 것이었다. 뉴질랜드 출발로 범위를 넓혀도 실시간 추적 정보 같은 건 없었다. 수라갯벌은 고사하고 새만금갯벌로 범위를 넓혀도 원하는 그 경로를 딱 날아가는 개체를 찾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그러니까, 황아누이에서 수라갯벌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비슷한 것이었다. 범위를 확 넓혀서 뉴질랜드에서 서해 갯벌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는 나도 사진으로 본 적 있는 '4BBRW' 정도가 있으나, 이 추적 정보는 해당 연구팀이 알고 있지, 모두에게 실시간 공유되는 건 아니었다. 즉, 이동 경로를 공유하는 플랫폼 같은 건 없고 각자 알아서 연구하고 논문으로 발표되면 그제서야 알게 되는 식이었다. 통합된 시스템이 없고 전세계 각 팀에서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춘추전국시대와 비슷했다.

시간은 흘러흘러 AJD가 매년 출발한다는 3월 25일이 되었다. (AJD가 한국 갯벌로 오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매일 이쯤 날아오고 있겠구나, 하고 알기 위해서는 기존 경로가 필요한데...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답답했다.

공교롭게도 3월 25일에 칼같이 출발하는 AJD가 천둥번개를 동반한 바람으로 출발을 늦췄다는 소식이 들렸다. 큰뒷부리도요의 무사 도착을 염원하는 친구들은 제주, 지리산, 전주, 익산, 서울, 군산 등지에서 모여 수라갯벌에서 캠핑을 하고, 매일 갯벌에서 기도를 하고, 큰뒷부리도요의 비행거리 1만km 만큼 달리기를 해서 거리 만큼 기부금을 모으고, 새만금 삼보일배 23주년이 되는 3월 28일을 기념했다. 큰뒷부리도요가 도착할 때까지 매일 갯벌에서 모여 도요 맞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적은 계속된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연락해 보니 한국환경연구원의 담당자를 알려주신다. 담당자분은 다름 아닌 L 박사님이었다. 수라갯벌 바로 옆 서천갯벌에서 태깅한 개체들이 번식지까지 북상했고 번식 후 남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그런데 뉴질랜드까지 가지는 않고 파푸아뉴기니까지 갔다고 알려주셨다. 큰뒷부리도요가 멸종위기종인데 대량 포획하여 추적기를 부착할 수 없어서 아주 소수만 조심스럽게 부착해야 하므로 대규모 정보가 있을 수 없다고 하신다.

3월 31일 드디어 AJD가 다른 큰뒷부리도요들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지막 여섯 도요와 함께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황아누이에서 배웅하는 사람들이 모두 울었다고 한다.

결국 나는 실시간 추적이란 '유니콘' 같은 정보를 포기하고 4BBRW의 과거 궤적을 기반으로 가상 경로를 그렸다. 4월 4일에 도착하면 7-8일 전에 출발했을 것이다. 4월 4일에 수라갯벌에 도착할 새들은 4월 2일 현재 필리핀해를 날고 있을 것이고 4월 3일 현재 동중국해를 통과할 것이다.

▲ 4.4큰뒷부리도요를 환영하는 도와도요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나-는 10일의 궤적 10일의 기도 4월4일 맞이 행사 11:00 수라갯벌 큰뒷부리도요 환영식 13:00 수라갯벌과 새만금일대, 금강하구 큰뒷부리도요를 찾아라! (2팀으로 나눠서 탐조활동) - 새만금코스 : 수라-화산습지-만경강-팽나무 - 금강하구 코스 : 자동차 매매단지-채만식 문학관-김인전 주차장 16:00 하제마을 600년 팽나무 큰뒷부리도요 환영 잔치
ⓒ 군산평화박물관

이번 조사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전세계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철새 위치 플랫폼 같은 것이 있기는커녕, 안타깝게도 각자 연구한다는 것이다. 가락지의 색깔과 기호는 합의된 규정이 있지만, 2018년 보고서를 보니 이 규정을 준수하는 곳이 소수이고, 식별이 된다 해도 여러 번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가락지 부착 사무소는 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아뿔싸. 이렇게 중구난방일 줄이야. 그러는 사이, 정희정 박사님이 직접 발벗고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버리셨다. https://kuaka.lovable.app/ 여기서 전세계 이동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손상된 갯벌, 기후위기로 변동성이 커진 악천후에도 큰뒷부리도요는 여전히 날아온다. 마오리 전승에 따르면 도요새들은 매년 숲과 새의 신인 타네(Tāne)가 이끄는 넓은 길(te ara whānui a Tāne)을 따라 이동하며, 사후 마오리 사람들의 영혼도 그 신성한 길을 따라간다. 4월 4일 우리는 수라갯벌에서 이 새들을 맞이한다.

황아누이강은 2017년 법인격을 인정받은 강-인격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공식어가 2개(마오리어-영어)인 이중언어 사회이므로 사실은 뉴질랜드-아오테아로아(마오리어로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는 뜻)라고 써야 한다. 알면 알수록 덕질 거리가 점점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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